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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한결같이 팍삭 늙은 패구나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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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조 연간에 김녕김씨 중시조이며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해 순직한 백촌 김문기 선생을 배향한 섬계서원剡溪書院이 이 종족 집성촌 중 한 곳인 지금의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양지마을 산기슭에 들어섰으니, 그 축대 서쪽에 기댄 이 노거수老巨樹를 내가 어릴 적에, 그리고 동네서는 지금도 패구나무로 부른다. 개똥이 삼룡이처럼 이 나무를 특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 수종을 일컬어 이리 부르는 것이다. 


이 나무가 지난주에 이런 모습이었으되 지금은 아마도 저 노랑잎 다 떨어뜨리곤 앙상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바람 한 번 불때마다 쏴쏴 하며 서로 비비는 소리를 지르며 수백 이파리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 패구나무는 특징이 울퉁불퉁이다. 곧게 자라는 법이 없어 비뚤비뚤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는가 하면 피부는 옴이나 종기나 난 듯해 비늘이 인다. 특히 늙을수록 더하다. 눈이 수북히 쌓인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인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여름이면 그늘을 주니 저 패구나무가 다른 데를 보아도 동네어구나 마을광장이나 서원 향교 같은 데서 사랑 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

나는 어릴 적에도 저 패구나무가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난 오십년 지나며 팍삭 늙어버렸는데 저 패구나무는 내 어릴 적에도 저 모습이요 지금도 내내 저리 팍삭 늙은 모습이다. 자세히 살피면 온몸에 생채기 더 생겼을 테지만 저가 주는 한결과 푸근이 좋다.

저 패구를 서울 사투리로는 팽이라 하며, 저 나무를 팽나무라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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