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가 주로 섭렵하던 위진남북조시대에서 수백 년을 내려온 당대(唐代)이니, 이 무렵에도 중원 왕조는 북방 유목민족 침입에 간단없이 시달렸다. 전쟁은 문학을 번영케 하니, 그런 까닭에 전쟁은 곧 문학의 온상이라 할 만하다. 이 무렵에도 이른바 전쟁 때문에 애간장 녹이는 여인을 소재로 한 노래가 양산이 되었으니, 이 시대 그런 상념과 시대정신을 가장 처절히 구현한 이가 태백(太白) 이백(李白)이라, 태백을 호방하며 남성적이며 진취적인 시인이라고 누가 규정했는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태백은 세계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파토스(pathos) 시인 중 한 명이다. 그의 시는 음미하면 가슴 저 밑이 시려온다.
진흙탕 연못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밑은 뻘일지니, 그 뻘은 앙금이라고도 하거니와, 이태백은 그런 뻘과 앙금을 긁어낸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가슴이 시리고 또 시리다.
그의 시 중에서 춘사(春思)라는 제목이 붙은 시다. 우리 말로 굳이 옮긴다면 봄바람 정도에 해당한다. 전쟁통에 북방으로 수자리를 나간 남편을 생각하는 아낙네의 시점으로 이백이 읊은 시다.
燕草如碧絲
秦桑低綠枝
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
春風不相識
何事入羅帷
연 땅 풀은 아직 푸른 실 같은데
진 땅 뽕나무는 푸른 가지 드리웠네
님이 돌아오실 날
그날은 제 애간장 끊어지는 때라오
봄바람은 무심하게
무슨 일로 비단 장막으로 불어 들어오는가?
봄이 와서 뽕나무가 짙은 녹음을 드리우자, 이 아낙네 가슴엔 불이 타기 시작한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마침내 님이 돌아오신다는 날, 그 날이면 그 기다림에 속이 터져 나는 그만 애간장이 끊어져 죽을 것만 같다는 저 심정을 누가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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