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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2)

by 초야잠필 201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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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오창석군의 2011년 인도 탐사는 우리 연구실 입장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그때까지 우리나라는 인도 특히 인더스문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인류학적 조사를 벌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지 사정이 어떠한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연구를 수행하기에 앞서서 물어 볼 사람도 전혀 없었고 현지에 다녀온 랭턴 선생 한명만 달랑 붙잡고 들어가는 형국이라 현지 사정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였다. 불안감과 기대가 교차하는 속에서 오창석군이 랭던 선생과 함께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도 고고학 발굴 현장. 앞에 앉아서 뭔가 하고 있는 친구가 우리 연구실 오창석 선생 


오군이 막상 인도를 들어가 인더스 문명 발굴 현장을 둘러 보니 현지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 학자들이 활발하게 발굴현장에서 작업에 참여 하고 있더라고 하였다. 사실 요즘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도에서 외국인이 주동이 되어 발굴단을 꾸려 일하기 매우 어려워 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 현지 발굴에 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당히 개방적으로 막상 캠프에 들어가보면 세계 각지에서 들어온 연구자들을 거기서 만나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흥미롭게 비쳤던 점은 영미계 연구자들의 경우 우리와 달리 달리 거의 단독, 혹은 소그룹으로 활동 하더라는 것이다. 현지 학자들이 꾸린 캠프에 들어와 합류하여 같이 먹고 자면서 발굴 조사를 하고 있으니 예산도 그렇게 많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고 발굴 현장을 혼자서 배낭 매고 돌아다니는 연구자도 많았다. 인도 발굴에 관한 한 요는 역시 "돈보다는 실력과 의지"라는 것이다. 연구 예산이 적더라도 실력이 있다면,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길이 열리는 곳이 인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길이 험로라는 것이 문제지만 (재미있는 것은 돈이 있다고 해서 길이 편해지는 것도 아님). 


오창석군과 함께 인더스 문명 유적 답사를 하던 미국 학자 두 사람. 이 두 사람은 뉴욕 출신이다. 인도를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모든것이 불편한 상황 속에서 불퇴전의 자세로 매진하는것은 다름 아닌 미국 학자들이다. 이들은 단신으로 인도 현장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파고든다. 왜 미국학계가 세계 최고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인더스 문명기 5대 도시의 하나인 라키가리 유적이 잠들어 있는 곳. 이 때까지도 이 유적 발굴에 우리가 참여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뒤에 보이는 무더기는 소똥. 인도는 소똥을 잘 말려 연료로 사용한다. 잘 탄다. 2012년. 내가 라키가리 방문때 찍은 사진. 


오창석군이 처음 인도를 갔을때 발굴장 현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용준 선생과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이런 조우는 사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인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김용준 선생을 인도 현지에서 만나게 된 것이 우리 인도 조사 작업 성패를 결국 결정지었던 사건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처음 대면했을 때 서로가 서로를 보고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오 선생의 경우 인도 오지에서 발굴 하는 현장에 한국인 학자가 작업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수 없었고, 김선생은 오선생이 한국에서 시료를 채취하러 왔다는 것 자체도 생경하지만 기생충 시료를 따라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황당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 어딘데 기생충 시료를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인도 발굴 현장에서는 그런 시도 자체가 처음이었던 지라 김선생도 놀랐을 것이다. 한국인의 인도 고고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한 두 사람의 만남이 그렇게 우연히 이루어졌다. 


오창석 선생의 고기생충 시료 채취 상황. 2011년. 카솔라 (Karsola) 발굴현장. 아마도 남아시아 지역 최초의 고기생충학 연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름 역사적인 현장. 



라키가리유적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오창석 선생. 2011년. 한국인이 인더스문명 유적에서 과학적 시료를 채취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 될 것이다. 



오창석 군이 카솔라 현장에서 구경한 인더스문명 동물 토용. 인더스 문명 유적 근방은 지표조사만 해도 이런것들이 너무 너무 많이 굴러다닌다. 이 토용이 지표조사때 나온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토기쪼가리 이런거는 정말 너무 너무 많아서 발에 채일 정도이다. 



인더스 문명 유적 (카르솔라)에서 김용준 박사-. 유적 발굴 현장에서 오창석군과 김용준 선생이 처음으로 조우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음.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1)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3): 발굴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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