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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에서 대파, 대파에서 죽순까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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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 찾아다나다 보면 비구니 사찰과 비구 사찰을 구분하는 법을 대강 터득하게 된다.


아산 평촌리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는 그곳에 똬리를 튼 이 용담사龍潭寺라는 절은 그 이름과 연원은 오래이나 지금의 이 용담사가 그 용담사는 아닐 것으로 본다.

대개 지정 성보문화재 근처에는 그것이 유래하는 사찰 이름을 내건 신흥 사찰이 들어서는 일을 자주 보거니와, 혹 이 용담사도 그런 데가 아닌가 하는데 자신은 없다.


한데 이 용담사를 대략으로 훑으니 비구 사찰에선 느끼기 힘든 면모가 있으니, 무엇보다 사찰 전체가 무척이나 끼끗하고


곳곳에 작약이며 붓꽃이며 하는 꽃 천지라 이건 여성의 손길 아니면 있기 힘든 현상이라 비구니 사찰 아닌가 상상해 본다.

부처님오신날 지난 직후임에도 연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사세寺勢가 있는 사찰은 아닌 듯 하다.


이곳에 머무른 대략 한 시간 동안 인기척이 전연 없고 초여름 꽃 만발하고, 그 만발한 작약 내음을 타고 개짓는 소리가 요란했다.

밭에선 대파가 한창 꽃을 피우는 중이라

붓꽃이라 불리고 싶다는 동행을 작약 밭 한가운데로 몰아놓곤 사진 두어장 박아주니


제가 이리 이쁜가요 연신 함박웃음이라

사진 박는 묘미 중 하나가 그 박히는 사람의 기쁨 환희에 있거니와, 그런대로 만족한다니 내가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젊음이 좋긴 하다. 그 어떤 사람도 젊음은 작약 사이에선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저런 꽃밭에서 웃던 사람이 있었다. 한참 전이었는데 이젠 얼굴조차 쉬 떠오르지 않는다.


뒤안 대나무 밭을 살피는데 죽순이 대포동 미사일마냥 솟았다.

꺾어 반찬 만들기엔 앳되거니와 두어 번 손으로 쓰담쓰담 하고는 살아 하늘을 찌르라 수기해 본다.


절 한쪽 요사채로 언뜻 구절초 아닌가 싶은 꽃이 함박이라

구절초야 가을이 제격이니 그냥 너가 궁금해 꽃 이름 어플 얹어 보는데

양놈 이름이라 보고선 뒤돌아서니 다시 생각나지 아니한다.

꽃은 꽃이라서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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