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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조금솔직한리뷰]하남역사박물관 실감관

by 여송은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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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역사박물관 실감관 개관 <이성산성, 한강을 지배하다>


머리 식힐 겸 찾아간 하남역사박물관.
마침 실감관을 오픈했다고 하기에 잘됐구나 싶었다. 사실 나는 아직 그 유명하다는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도 아직 못보았기 때문이다.

주제는 ‘이성산성, 한강을 지배하다.’
3층 상설전시실 고대실중 이성산성 전시 공간을 실감형 콘텐츠와 결합하여 새롭게 바꾼 것이다.

실감관으로 들어가는 시간의 문


전시실을 보다보면 마치 새로운 공간으로 통할 것 같은 문이 있는데, 그 문을 들어 가면 작은 공간이 나온다. 문 옆에 있는 시작 버튼을 누르면 영상이 촤르르 사방으로 펼쳐 진다.

사실 공간에 들어가 잠시 멀뚱히 서있었다. 사방이 흰백색이고 천장을 보니 무지 좋아보이는 빔프로젝터가 달려 있어 영상이 나올 것 같긴 한데 나올 기미가 안보여서였다.

두리번거리다 들어 오는 문 옆을 보니 시작버튼이 있어 꾹 눌렀다. 버튼을 누르니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영상이 시작되었다.


영상이 시작되는 이 공간부터가 실감관의 인트로인 것이다. 벽 네 면을 가득 채워 5~6분 가량 이성산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 어떻게 쌓게 되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유적들이 있는 지 등 학술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바뀌는 아름다운 산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영상중 가장 재밌었던건, 산성 안에 있는 8각 건물지, 9각 건물지, 12각 건물지를 설명해주는 부분이었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점이랄까? 눈앞에서 착착착착 건물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오... 당연히 열 줄의 글보다 이해도 잘 되고, 웅장함도 느껴졌다.


그런데 영상을 보여주는 공간이 협소해서였을까, 조금 어지러워 그대로 주저앉았다. 보여주는 내용의 규모도 크고, 화면 자체도 큰데, 공간이 좁다보니 보기 힘들었다. 사람 시야의 범위가 있는데, 내 눈 앞에 80인치(크다는 표현이다) 모니터가 떡 하니 있으니, 시야에서 넘쳐 흘렀다.

관람객과 영상과의 거리가 확보된 공간에서 전체 영상을 보여줬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영상실을 실감관 인트로가 아닌 전시를 보며 지나갈 수 있는 중간 지점, 혹은 끝부분에 두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왜냐면 영상실 부터가 실감관 시작 부분고 이 공간을 지나야 다음 전시 공간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만약 내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영상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실감관으로 들어 올 수 없는 것이다. 혹 다른 동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전시 동선상은 진입이 어렵다.


이 공간을 얘기한 김에 정말 중요한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관람객의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이런 영상을 보여주는 공간은 대부분 Pass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다시 말하면 영상을 보고 싶으면 끝까지 보고, 보고 싶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 한쪽 출구가 열려 있거나, 아니면 들어 온 쪽으로 다시 나갈 수 있게, 또 이것을 관람객들이 인지할 수 있게끔 한다. 보통 관람객이 영상살에 들어 오면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 되거나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면 도슨트(혹 봉사자) 분들이 시간에 맞춰 영상을 틀어준다.

하지만 이 영상실은 이런 부분에 대한 사전 안내가 부족했다. 스스로 영상 시작 버튼을 찾아 틀어야 하고(영상실인줄 모르고 지나가는 분도 있을 것이다.), 시작과 동시에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힌다. 사실 이 부분이 우려스러웠다.

어지러워 나가고 싶어도 어떻게 나가야 할까 출구를 찾아야 했다. 나는 짬빱으로(?) 중지버튼을 찾아 눌렀지만 만약 아이들끼리 이 공간에 와서 갇힌다면?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과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예민할 수도 있겠지만,박물관은 불특정 다수가 오는 곳이고 이런 부분들에 대한 방비책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성산성의 보물을 찾아라!> 화면의 유물을 만지고, OX퀴즈를 푸는 것이다. 와 이렇게 많은 유물이 있다니!


영상을 보고 나오면 큰 화면이 보이는데, 어떤 체험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화면에 있는 수많은 유물 중 하나를 선택해 OX퀴즈, 틀린그림 찾기 등을 풀며 유물을 이해하는 내용이다. 넓은 화면에 유물 목록이 촤라라 펼쳐져 있어 ‘우와!’ 하는 맛이 있다. 어떤 유물을 고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나는 문제를 잘 못 맞췄다.ㅠㅠ


하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영상실과 마찬가지로 화면이 너무 커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물을 만지려면 화면 가까이 가야 하는데, 가까이 가면 글자가 너무 커 가독성이 떨어진다.

커다란 화면을 보고 만지는 것도 재미있지만, 유물을 잘 알려 주는게 목적이라면 보통 크기의 모니터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 윗줄에 키가 닿지 않는 사람들은 체험하기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윗줄에 있는 유물목록과 아랫줄에 있는 유물목록이 중복이 된다면 뭐 괜찮겠지만 아니라면 그에 대한 방안이 필요해 보였다.

이성산성에서 발굴된 말 모양 유물, QR코드를 인식하면 유물 AR 체험도 가능하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잘 살아 남아 이렇게 내가 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발굴하고 보존하고 또 전시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요고, 국내 최초로 출토된 삼국시대 타악기라고 한다. 둠칫둠칫.


실감형 전시도 결국에는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려는 유뮬(콘텐츠)를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런데 자꾸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았다. 보여주려고 하는 유물이 화려한 디지털 콘텐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실감형 전시의 아쉬움이 비단 하남역사박물관만의 일일까?
박물관, 미술관에서 실감형 전시라는 명목 아래 디지털 콘텐츠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무대에 가려 중요한 유물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고, 또 한편으로는 디지털 콘텐츠 내용을 만들기 위한 박물관 선생님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모션 인식형 인터랙티브 체험인 ‘이성산성의 성벽을 쌓아라!’ 이성산성의 성벽이 두 차례에 걸쳐 축조되었다는 고고학적 발굴 성과에 착안해 기획했다고 한다. 시간관계상 나는 체험하지 못했다.

 

‘이성산성을 지배하라’라는 주제로 나만의 이성산성을 만들어보는 체험이라고 한다. 이것 또한 시간 관계상 하지 못했다.


시간관계상 실감관 뒤쪽 체험 두 개는 하지 못했다. 체험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내 분야가 아니기에 논 외로 했다. 전시 공간, 전시 동선, 구현 방법 등 내용 외적인 것을 보았다.

혹 오해할까 말을 붙이자면 박물관에서 실감형 전시(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찬성? 그래 굳이 따지자면 찬성이다.
유리 밖에서 눈으로만 보는 유물을 실감(實感,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할 수 있다는데 매력적이지 않은가. 대신 그 적절한 방법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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