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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조선왕조 정치를 왕권과 신권으로 이분한 한영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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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기, 특히 조선의 건국과 그 초창기 피비린내나는 권력투쟁을 소재로 삼는 드라마 영화가 넘쳐나니 우리 세대엔 김무생이 이성계로 나오고 유동권과 최명길이 각각 태종과 태종 마누라로 분하며 김흥기가 정도전을 연기한 《용의 눈물》이 특히 각인한다.

지금 내가 이야기한 등장 배우도 각종 이 시대 배경 각종 드라마가 착종할 수도 있으니 그만큼 저 시대를 무대로 삼은 저들 영상 프로그램이 하도 많은 까닭이라,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여느 시대보다 저 시대가 한국사 역동성을 말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데 저 무수한 드라마 영화를 관통하는 공통분모가 있어 신통방통하게도 언제나 저 시대를 편가르기하기를 왕권과 신권이 쟁투하다 결국 왕권이 승리했다는 구도가 그것이라

이에는 한 치 예외가 없어 왕권 혹은 그에 기반한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추구한 인물로는 태종 이방원을 내세우면서 그에 맞서 백성을 앞세워 백성을 위한 정치를 추구한 인물로 정도전을 내세운다.

특히 정도전이야말로 상찬일로라 그가 왕권에 맞서 민의民意를 앞세운 신권정치를 주장하며 그를 위해 재상중심 정치를 추구했다고 주장한다.

조선 전기 정치를 이분법으로 갈라치기한 故 한영우



이런 구도를 드라마 영화 제작자들은 앙가주망이라 했다. 육백년이나 더 지난 아득한 저 옛날에도 지금의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바는 국민의 여론에 토대하는 민주정임을 저와 같은 드라마를 통해 강요 윽박하려한 것이다.

저들 드라마는 그만큼 교훈성과 프로파간다 특징이 짙은 실은 어용이었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 영화조차도 언제나 정도전이 아닌 이방원을 찬송하는 일로 결말하고 말았으니 그가 실제 역사상 승리자이기도 했지만 나는 이를 독재 찬송의 다른 버전이라 본다.

백성의 뜻? 종국에  대중은 언제나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꿈꾼 이방원을 환호하고 갈채했을 뿐이다.

특히 쿠데타 이후 집권한 이방원이 왕권강화를 위해 세종의 장인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에 즈음해서는 언제나 피는 내가 묻혀야 아들이 성군이 된다는 고뇌를 강조했으니 이 고뇌가 바로 용의 눈물이었다.

조선전기 정치를 저와 같이 구도하고 설계한 이가 오늘 타계한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한영우다.

저 시대 역사를 저와 같은 이분법으로 재단하면서 민의를 내세운 정도전이야말로 현대 한국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지남자라는 도식을 짠 이가 한영우다.

그런 점에서 저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그 무수한 드라마 영화는 실상 한영우가 총감독이며 극본가다.

그렇다면 정도전을 그리 내세운 한영우는 민의에 기초한 민주정을 꿈꾸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는 독재에 기초한 강력한 중앙집권을 정치의 이상형으로 설정한 역사학도다.

그가 말하는 민의는 장 자크 루소가 말한 바로 그 일반의지다.

실제 정도전 연구 이래 나중에 조선후기 대한제국을 무대로 삼은 그의 중후기 역사학은 철저한 중앙집권 찬송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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