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3(토)
아계 이산해 묘와 신도비
사실 나의 목적지는 청양 장곡사였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갈지 몰라, 마음 먹고 출발했으나 예산 대술면으로 들어서면서 ‘이산해 묘’ 문화재 안내판을 보고는 가는 길목이니 들렀다 가기로 했다.
천안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그 언저리 이남규 고택에 다다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이산해 묘 근처에 오니 비가 정말 폭우처럼 쏟아졌다.
결국 장곡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대신 이산해 묘 답사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날 충남 청양, 보령 등 호우경보였다고 한다.
사당 옆으로 이산해 묘 안내판이 있어 근처 묘가 있을 것 같은데, 폭우로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다녀온 분들 블로그를 살펴보니 사당 옆으로 묘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하지만 풀이 하도 무성해 올라가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이왕 이렇게 온거 비가 문제랴? 풀이 문제랴?
이미 옷도 신발도 다 젖었고, 풀을 헤치고 올라가기로 하였다.
비를 쫄딱 맞으며 이산해 묘로 올라가는 모습이 어이가 없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의 조상도 아니고 한산 이씨 이산해가 누구라고!’
‘나는 함양여씨인데!’
‘우리 조상 묘도 이렇게 안찾아가는데!!!’
하는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정말 무서웠던건 진흙에 신발 다 버려가며 올랐는데, 동행 선생님이 “여기 이산해 묘가 아닌 가봐~~~” 라고 외친 순간이었다.
“여기가 아닌 가벼~~~~~”
순간 세차게 비를 맞고 있는 문인석과 눈이 딱 마주쳤는데,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음…하지만 묘표를 읽어보니 다행히 이산해 묘가 맞았다. 휴…
여름이라 그런지 풀이 많이 자랐다.
이산해(李山海, 1539~1609)의 본관은 한산(韓山)으로 목은 이색(李穡)의 후손이자 토정 이지함(李之菡)의 조카이다. 자(字)는 여수(汝受), 호는 아계(鵝溪)·종남수옹(終南睡翁)·죽피옹(竹皮翁)·시촌거사(枾村居士).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동인(東人)이었던 영의정 이산해는 1591년 건저문제(建儲問題, 세자 책봉 파문)로 실각한 정철과 서인의 처벌을 놓고 동인이 내부의 여론이 나뉘었을 때 정철을 사형에 처할 것을 주장했다. 후에 남인과 북인으로 나뉘었을 때는 북인의 영수로 활동하였다.
(* 내용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내용 축약)
그렇게 이산해 묘를 보고, 내려와 입구에 있는 신도비를 보았다.
아…안보여…
사실 집에 가고 싶어 그만 보고 싶은 미음이 컸다. 신도비 옆을 보니 친절히 이산해 묘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안내판이 있었다.
예산에 한산 이씨 집성촌이 있구나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책장을 보았는데, 책꽂이에 잠들어 있던 이런 책이 있었다.
『禮山 韓山李氏 修堂古宅篇』 (한국간찰자료선집8, 한국학중앙연구원, 2008)
나에게 왜 이런 책이 있지…?
(여하튼 있으니 감사합니다.)
정말 잊지 못할 이산해 묘 답사였다. 나는 수당 이남규 고택 - 이광임 고택 - 이산해 묘/신도비 순으로 보았는데, 지금 종합안내도를 보니 이 외에도 같이 묶어서 봐야할 것이 많다.
혹 들르신다면 ‘옛 한갓골 선비마을 종합안내도’를 참고하여 방문하시길 추천드린다.
이산해 사당 위치
충청남도 예산군 대술면 상항방산로 3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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