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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학예연구사로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by 서현99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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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용인시 학예연구사로 시작해서, 2024년 7월, 국가직으로 전출하여 국토교통부 국토발전전시관의 학예연구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이제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을 내려놓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그동안 일해오면서 학예연구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잊지 않기 위해 하고 있는 일에는 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왔고,

최선을 다 한만큼 떠날 때는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조금 빠르게 떠날 때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7월, 가자마자 여름 문화행사 시작


그동안 학예연구사로서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후회없이 해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일들을 하기 위해 내키지 않은 일들도 많이 했었지만, 그 일들도 뒤돌아 보면 모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방직 학예연구사로서 채워지지 않은 갈증과 좌절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면 갈수록, 제 자신이 더 못견디겠더라구요.

그런 중에 지방직 학예연구사에서 국가직 학예연구사로의 이직은 제 나름의 큰 도전이자 변화였고, 국가직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방학예연구사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 힘든 업무와 처우보다는 뭐가 됐든간에 지방직보다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지만, 막상 자리를 옮기고 나니, 이상과 현실은 너무도 달랐네요.

이곳 역시 학예연구사는 1명뿐이라, 여전히 소수직렬이었고, 오히려 지자체에 있을 때 보다 더 꽉막힌 조직의 답답함이 마치 새장 속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간의 일을 모두 글로 옮기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면 국토발전전시관이란 곳이 저와 맞지 않는 곳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소수직렬로 받는 처우나 업무는 지방직이나 국가직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현실과,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곳을 미련없이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누구보다 학예연구직에 대한 직업적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내려 놓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무래도 연차가 오래 쌓인 만큼 현실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아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현실 너머의 길을 선택을 해야 또 새로운 삶이 열릴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국가직으로 옮긴 후 1년만에 이 직업을 이렇게도 빨리 그만두게 되는 결말이 올 줄 몰랐지만, 학예연구사로 14년동안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다해봤으니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내려놓을 결심을 굳히고 나니, 모든 것이 홀가분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만류했고, 퇴사가 아닌 휴직 후에 머리를 식히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습니다. 3개월 정도 휴직하는 동안 고민 속 내린 결론은 이곳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더러, 다시 이곳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좀 갖고나서, 7월부터는 진정한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인이 되어 무슨 일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재충전은 유럽에서 할 예정이구요 ㅎㅎㅎ

(이 글이 올라가면 저는 유럽행 비행기 안에 있을 예정입니다.)

그동안 학예연구사로 살아오면서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고, 학예연구사로서 일을 하는 동안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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