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부분은
역사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학과는 거리가 먼 구성원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그 나라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가
그들의 생존과 침로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선택에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질 수 없으니 도에 넘은 훈장질도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사를 보면, 디테일의 측면까지 들어가 일차 사료까지 파고 들면
가장 강렬한 인상은 살아 남아 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우리 조상들 모습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우리 조상들은 자주적 의지도 없어 사대나 하고,
또 게을러서 일도 안해 나라가 그렇게 흘러갔을 것 같지만,
나라의 장부와 문서 하나 유지할 줄 몰라 호적이 그 모양이었을 것 같지만,
임진왜란 병자호란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당한 것 같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 파보면 살아 남아 보겠다고 악착 같이 움직이고,
한국사에서 생존을 위해 나라밖 동향에 예민한 레이더를 돌리지 않았던 때는 한 번도 없었다 할 것이다.
그 결과가 어쨌건 비실비실하면서도 수천년 강력한 이웃 옆에서 망하지 않고 생존한 것일진대,
사실 한국사는 생존 자체가 목적으로 번영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하고 20세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존에 급급한 모습은 개인이나 사회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문제와 더 큰 관련이 있다는 것도 절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번영하는가.
이 문제에 역사학자들은 진지하게 천착하여 결과를 내주어야 할 것이라고 보건데,
필자의 젊은 시절 우리 역사학은 말도 안 되는 민족해방론으로 점철하더니,
이제는 가볍고 즐거운 것을 선호하는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여
역사를 개그물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사에 대해 냉정하게 바닥부터 다시 봐야 할 때다.
싸구려 민족해방론이나 대중문화에 소비되는 모습 이상의
무거운 주제도 우리 학계 누군가는 짊어지고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민족해방론 사학에 대한 반성이 대중문화에 소비되는 역사학이겠는가?
필자가 보기엔 우리나라는 한국사를 통독해도
왜 과거에는 못 살았는지
지금은 왜 잘 살고 있는지 해답을 얻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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