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유적으로는 겁나 유명한 델로스는 아테네 남쪽 에게해 복판을 정좌하는 작은 섬이라
섬에서 제일 높은 바위산 정상을 오르면 그 사방 경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작다.
지중해 에게해 어느 섬이나 마찬가지로 초건조지대라 겨울엔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풀때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지대다.
이 코딱지만한 섬 개중 한 구역을 오래 발굴하고 그런대로 유적 정비 흉내 낸답시며 세계유산까지 만들어 역사유적관광 장사를 그리스 정부가 해먹는데
이쪽은 유적 정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냥 냅삐리주의라 그냥 패대기쳐 놓는다.
그러면 염소나 양이 알아서 길을 낸다.
그 길이 바로 관람로다.
그 정상에 올라보면 또 하나 놀라는게 지금 유적 정비랍시며 흉내만 낸 구역이 섬 전체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다.
섬은 코딱지만하나 섬 전체가 유적이다.
아직 발굴도 하지 않은채 돌담만 노출된 데가 섬 전체다.
박물관이라고 하나 지어놓긴 했는데 우리네 전시관 홍보관보다 못하다.
오늘 앞서 나는 이곳 방문 소식을 간단히 전하며 델로스는
더럽게 넓고
더럽게 그늘 하나 없고
더럽게 덥다.
델로스는 3D다.
라 간단히 규정했거니와 이 넓은 유적 들판에 그늘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다.
간이 편의시설 있을 법 한데 없다.
무인도 같은데 그에 말미암겠지만 물 하나 파는 가게도 없다.
굶어죽거나 목말라죽거나 아돈케어다.
각설하고 혹 델로스 유적을 비교적 느긋하게 관람할 생각으로 온다면
첫째 벤또는 반드시 준비하고
둘째 물은 소주 대병짜리는 꽉 채우고 와라.
나 지금 배고프고 목마른 거지다.
참 델로스는 지금 보는 것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다.
해수면 상승으로 상당 부분이 바다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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