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습성이 있어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책을 읽지 않는다.
반납해야 하는 그 일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내것이 아닌 데 대판 반발이 있어 더 그렇다.
내가 다른 수집벽은 없어도 책 만큼은 산더미처럼 쌓아둔 까닭이 저 대출비피증 때문이다.
나 같은 놈만 있음 전국 도서관 세겨 도서관은 망한다.
연세대도서관...아마 장서 규모가 역사만큼 대단할 것이로대 그래서 내가 필요한 책은 웬만큼 다 있었겠지만, 나는 예서 책을 대출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재학 4년 동안 저에서 빌려본 책 열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대출 목록이 김중배 선생 논설집 《새벽을 위한 증언》이었다.
아주 짧은 문고본이었다고 기억하며 선생은 언론인 출신으로 동아투위 해직기자 출신이며 훗날 한겨레 대표까지 지내게 된다.
난 이 양반 논설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논설은 짧았지만 참말로 묵직묵직함을 주는 그런 글들을 좋아했다.
그의 문장 스타일도 좋아했다고 기억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그것들을 흉내낼 정도도 못 되었으니 그냥 그림의 떡 같은 그런 존재였다고 말해둔다.
저 김중배 선생 책 이야기 나온 김에 내가 코펜하겐 환상을 품은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해둔다.
신문 기고문들을 모은 저 책 타이틀은 덴마크 출신 철학도 키에르케고르에서 비롯한다.
선생이 키에르케고르를 진짜로 제대로 읽고선 저를 제목으로 삼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모두가 잠든 코펜하겐의 밤, 나는 그 새벽을 홀로깨어 지키겠노라는 키에르케고르한테서 빌려왔다 한다.
뭐 어디서 보이는 멋진 말이라 해서 메모해두었다가 논설 제목으로 쓰고 써놓고 보니 이게 아주 맘에 든다 해서 저걸 아예 책 제목으로 삼지 않았을까 싶은데
키에르케고르? 그 철학논설들 보니 나는 어려워서 포기했는데 내가 포기한 것을 나보다 언론계 대선배가 제대로 읽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본다. ㅋㅋㅋ
암튼 저 논설집을 읽고나서는 한동안 덴마크와 코펜하겐 앓이를 했으니 그렇게 품은 코펜하겐을 훗날 마침내 돌아보게 된다.
책 한 권이 준 인상은 그만큼 강렬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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