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4) 조선의 르네상스, 그 위대한 결정판 신증동국여지승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2. 4.
반응형

신증 팔도총도八道總圖라 해서 이것이 바로 조선왕조가 독점적 지배력을 관철한 지리 범위다. 새로운 왕조를 개척한 조선왕조는 전국을 팔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팔도로 나누어 통치했다. 도시 중에서는 오직 경도京都 하나만 적시했다. 이를 보면 지리地理를 구성하는 절대 요건이 산과 강과 바다임을 엿본다. 이것이 천문天文을 완성하는 해 달 별 삼광三光에 빗댄 3대 요소다.

 

이 사금갑 사건을 논하면서 지금까지는 치지도외置之度外했으나,

계속 승람 혹은 동국여지승람, 혹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문헌이 어른어른함을 보았거니와,

이를 이후에는 대체로 약칭 승람이라 하겠거니와,

이에는 도대체 저 사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기술되는가? 

이에선 승람이 무엇인지 잠시 살피기로 한다.

이를 위해 위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라는 풀 네임을 풀어야하겠거니와 이는 신증新增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이라는 뜻이다.

이 경우 신증은 간단해 요즘 개념을 빌리건데 개정증보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은 개정증보판 동국여지승람이 되겠다. 

다시 동국여지승람은 중국에 빗대어 조선을 동국東國이라 하고, 여지輿地란 지도라는 뜻이지만 이 경우 map보다는 그것을 포함한 그 일대 풍물기인 지리지地理誌라는 뜻이고, 승람勝覽이란 뛰어난 경치, 곧 관광 가이드북이 되겠다. 

동아시아 전근대에서 통치란 곧 천문天文과 지리地理의 확실한 파악과 이를 위한 확고한 지배력 관철이 관건이 되겠거니와,

천문은 일찌감치 중국의 천자가 독점한다 해서 그것을 포기해 버린 조선은 지리지 편찬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게 되니, (물론 이 사업을 세조이 그냥 포기할 사람은 아니다. 이 자리는 지리지를 논하니 그런갑다 하고 지나치자.)

조선왕조가 건국하면서 그 선하를 이룬 것이 이른바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시대를 정리한 세종실록 중 부록으로 들어간 세종실록지리지가 되겠다.

 

신증의 구성. 보다시피 해당 지역별로 제영題詠이라 해서 그 지역을 읊은 역대 시문을 수록하고, 건치연혁建置沿革이라 해서 해당 지역 역사를 정리했으며, 기타 그 지역 지배적인 씨족도 수록했다. 이런 식으로 체계적으로 지리지를 완성했다.



이 세종지리지는 1454년, 단종 2년에 완성을 보았다. 

하지만 이 지리지는 부속품이었기에 단권으로 간행되지는 않았으니, 여러모로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새로운 지리지, 아니 독립된 지리지가 필요하다 해서 조선왕조는 총력을 투입해 그 작업에 매진하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마침내 완성을 본 것이 저 승람이다. 

이 승람은 전체 55권 25책에 달하는 거질이다.

물론 전통시대 권卷이라는 개념이 요즘의 챕터에 해당하며 책冊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단 권volume, 곧 단행본 기준 1권에 해당하니 그리 큰 부피는 아니겠다 하지만 천만에.

이 승람은 명실상부 방대하고, 더구나 그 찬술 체계와 수록 내용을 보면 그 하나하나 버릴 것 하나 없고 수준 또한 무척이나 높다. 

대체로 관에서 편찬한 책으로 이렇게 방대한 분량이면 용두사미로 흘러 이내 부실해지기 마련인데

승람은 1481년, 성종 재위 12년에 50권으로 완성을 본 다음에도 이후 3차에 걸친 대대적인 수정증보를 거쳤으니 조선왕조 역량을 총투입한 결과물이라 보아도 대과가 없다.

이 승람 이전에 그 오리지널이라 할 만한 지리지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이 1477년, 성종 8년에서 완성을 본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다.

이 팔도지리지는 원본은 망실되었다고 하나 천만에. 그 내용은 고스란히 승람으로 넘어간다.

저 팔도지리지 중 거의 유일하게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志라 해서 경상도 지역 파트만 남아서 그 편린을 엿본다.

전통시대에는 그것을 계승한 새로운 증보판이 나오면 이전 버전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만다. 

여러 차례 증보판을 거치면서 완성을 본 승람의 가장 위대한 점은 해당 지방 해당 풍물을 소개하면서 그와 관련해 읊은 이전 시문은 모조리 찾아서 각각 수록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문학전집 앤솔로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왕명을 받들어 서거정이 편집 총책임자가 되어 1478년, 성종 9년에 완성한 동문선東文選이다. 

이런 일련하는 학술 정리 사업을 보면 조선왕조 전기는 그야말로 눈이 부셨으며, 그리하여 이 시대야말로 진정한 한국사의 르네상스 시대라 불러야 한다.

영정조가 르네상스? 천만에.

진짜 조선왕조 르네상스는 세종~연산군 혹은 중종시대 시대에 이르는 조선전기다.

그 토양은 한국사 가장 위대한 성군이라는 세종과 그의 아들 문종이 마련했고, 그것을 이어 세조 성종시대 이래 차례로 결정판을 보게 된다. 

이 화려한 시대 그 결정판으로 완성을 본 것이 바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이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이 신증 증보과정에서 제1차 수정 책임자가 김종직金宗直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넘어가자. 

사금갑 이야기하다 한국문화사 대계가 될 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