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런갑다 했지만, 이게 볼수록 이상해서 저걸 받침하는 거대한 신화 구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이 끊임없이 저 신화를 구동할까?
앞서 간단히 지적했듯이 저 진실의 입은 실은 암것도 아니어서,
그 아가리라 하는 돌덩이 하나가 어느날 영화 한 편으로 느닷없는 드라마틱 변화를 겪게 되는데
1953년 미국 파라마운트 픽쳐스에서 1953년에 내어놓은 흑백 영화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이 그것이라,
이 영화가 아니었던들, 저 돌댕이 하나는 존재감 제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하고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라는 미국 출신 그레고리 펙과 영국 출신 신인 오드리 헵번을 앞세운 이 영화는 간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라,
유럽 어느 왕가 공주가 무슨 회담 참석차 로마에 온 김에 야간 탈출을 감행해서 저 미국 기뤠기랑 알콩달콩 젤라또 뽀개면서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섹스신이 있는 것도 아니요, 특종에 눈 먼 기레기가 사랑에 눈뜬다? 이런 메시지도 없지는 않고,
내가 볼 때 그 기뤠기 직업정신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오토바이(맞나?)에 공주에 태우고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이 시대 감각에는 전연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 무대가 된 데가 어디 한둘이라?
스페인광장 계단도 있고 저 진실의 아가리도 있으니, 물론 콜로세움 배경으로 오토바이 쓍쓍 달리기도 한다.
저 진실의 입에 손 한 번 넣어보겠다고, 그걸로 기념촬영 사진 한 장 남기겠다 해서
그 돌덩이 놓인 성당 입구에는 언제나 장사진을 치는데,
하나 다행인 점은 성당이라 해서인지 돈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거니와, 이건 좀 아직까지는 성당 양심이 살아있다 하겠다.
성당? 유럽도 마찬가지라, 성당이라는 종교시설이 별도로 돈을 받을 수는 없다 베풀어야 하는 친구들,
그리고 신자들 삥을 뜯어 연명해야 하는 종교시설이 무슨 돈인가 하겠지만, 이것도 말뿐이라,
교묘하게 장사하는 종교시설도 적지는 않은 데 그 대표하는 공간이 실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교황 절대 나와바리, 그 독점하는 공간이며 그를 둘러싼 교황청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이 성당은 기본이 무료입장이기는 하나,
그 첨탑 코폴라 오르는 길목에는 삥을 뜯으며, 무엇보다 교황청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은 그 취지를 살린다면 공짜여야 하나 돈 쏵 거두어 들인다.
얘기가 또 옆길로 샜다.
진실의 입으로 돌아가 내가 그 양태를 볼 때마다 이상히 여기는 점은
그 기념촬영하겠다며 장사진을 친 사람 절반이 실은 한국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개국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이 수상쩍기 나로서는 짝이 없다.
이건 말할 것도 없이 이 동아시아 3개국을 관통하는 거대한 로마의 휴일, 혹은 진실의 입 신화가 작동한다는 뜻인데,
이 신화구조를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여타 외국 사람이라 해서 꼭 그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왜 이 진실의 입에 동아시아가 그리 환장하느냐 하는 문제는 차원이 좀 다르다고 본다.
그 영화가 동아시아 심성에 맞다? 뭐 이리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지역을 관통하는 독특한 떼거리 문화를 특질로 들고 싶다.
이 떼거리주의는 너도 간다면 나도 간다 딱 이거인데, 이 떼거리주의가 유독 동아시아권에서는 유독 심각하다.
그 떼거리주의가 요새는 sns랑 결합해서 그 신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루브르박물관 모나리자 역시 마찬가지라,
일본에서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모나라자 관람을 위한 계 모임까지 이곳저곳에서 조직된 형편이니 말이다.
너가 간 데는 나도 가야 한다.
너만 가는 일을 용서할 수 없다.
이 심성이 나는 동아시아 3개국 문화권을 강타하고 있다 보는데 미안하다, 너무 심하게 말을 해서.
하지만 이 떼거리주의는 깊이깊이 파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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