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금갑이 왜 그리 사람들 입에 회자했는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그런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왕비 혹은 궁주의 불륜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걸로 끊임없이 회자하는 인기 비결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환타지성이 특히 뛰어나다 할 수는 없으니, 어찌 보면 조금은 무미건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예서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이 이야기가 왜 삼국사기에는 수록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말로는 유가적 합리주의에 투철한 김부식을 비롯한 삼국사기 편찬진이 이런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이는 이규보가 삼국사기 이전 삼국시대 통사인 이른바 구삼국사를 구해다가 읽고선 동명왕편을 지으면서 그 비스무리한 이야기도 한 적 있으니
전반하는 편찬 태도를 볼 적에 그리 볼 만한 여지도 없지가 않다.
하지만 의외로 삼국사기엔 괴력난신이 많다.
그러는 한편 혹 이 사금갑 이야기가 김부식 시대에는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하는 풍모로 보아 저 이야기는 연원이 상당히 깊어 틀림없이 삼국사기 이전에는 나와 있을 수이전 같은 데는 수록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는 별로 가능성이 없는 듯하다.
각설하고, 조선 전기 문사로 훗날 조선시대 사상사에서는 성리학 정수를 이은 종장이라 해서 대대적으로 추앙받는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1431~1492)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생몰년을 보면 고려왕조 멸망 대략 40년 뒤에 태어났으니 고려시대 유풍이 채 가시지 않은 조선전기를 살다간 인물임을 본다.
그의 문집 점필재집佔畢齋集 시집 제3권 시詩에는 동도악부東都樂府라는 제하 연작이 수록됐으니, 그 구체하는 소재를 보면
유리니사금 때 일화를 소재로 삼은 회소곡會蘇曲을 필두로 박제상 부인을 소재로 삼은 우식곡憂息曲과 치술령鵄述嶺 두 곡이 있으며,
이어 사금갑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달도가怛忉歌로 이어진다.
내친 김에 나머지 소재를 살피면 삼국 쟁투 와중에 전장에서 열렬히 산화한 김흠운金歆運을 읉은 양산가陽山歌, 백결선생을 소재로 한 대악碓樂, 신라와 백제 최후의 결전에 출전한 이를 소재로 삼은 황창랑黃昌郞으로 이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편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직이 말하는 사금갑 이야기는 어떤가?
'역사문화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1) 불륜 너머 반란을 뽑아낸 점필재 (0) | 2025.02.03 |
---|---|
[외치 보유편] (6) 가죽신 (0) | 2025.02.02 |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9) 삼국유사 부조리를 완벽히 극복한 삼국사절요와 동국통감 (0) | 2025.02.01 |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8) 부조리한 삼국유사 (1) | 2025.01.31 |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7) 잘못 베낀 삼국유사 (0) | 2025.01.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