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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권력, 특히 대통령과 고고학(2) 월성 발굴현장을 찾은 박근혜

by taeshik.kim 202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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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을 걷는 두 여자 박근혜 나선화

 
2015년 9월 7일, 당시 대통령 박근혜가 경주 월성 발굴현장을 찾았으니, 그때 나는 이 일을 거론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대통령 박근혜가 월성 발굴현장을 갔다.
이 소식을 접하곤 오늘 아침 나는 내 후임으로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에게 다음을 주지해서 관련 기사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발굴현장을 찾기는 박정희 이래 처음이다.
박정희는 천마총 황남대총 발굴현장을 찾았다.
나는 이 사건을 박근혜의 방문으로 보지 않는다.
대통령의 발굴현장 방문으로 본다.
이는 박근혜에 대한 호오의 문제가 아니다.
발굴현장 자체에 대한 대통령의 방문은 대통령 일정에서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나 문화재사에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석빙고 쪽 같다. 나선화랑 박근혜. 둘은 알려진 것보다 좀 죽이 더 잘 맞았다. 그래서 나선화는 장수한 유홍준보다 더 장수했다.

 
당시 문화재 담당은 지금은 도쿄 특파원으로 있는 박상현이었다. 보통 대통령 일정은 청와대 출입기자가 있어 그의 몫인 까닭에 그쪽에서 주축으로 쓰며, 다른 관련 부서에서는 추가 사항을 보완해 정치부에서 나간 기사를 보완하거나, 별도 꼭지 기사를 쓰는데, 이 박근혜 월성 방문은 전자의 수법을 썼다. 

그 주문이 아래 기사들에 충분히 반영됐다. 


박 대통령 방문한 경주 월성은 신라 천년왕성
송고시간2015-09-07 16:30  
화려한 역사 고스란히 간직…지난해 본격 발굴조사 시작

https://www.yna.co.kr/view/AKR20150907160900005?section=search 

박 대통령 방문한 경주 월성은 신라 천년왕성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박상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대통령으로서는 40년 만에 문화재 발굴 현장을 방문하면서 경주 월성(月城, 사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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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경주 왕궁발굴 현장 40년만의 첫 방문
송고시간 2015-09-07 16:20  
2000년 유네스코유산 선정 불구 복원 미흡…"해소 기대"

https://www.yna.co.kr/view/AKR20150907156800005?site=mapping_related 

박 대통령, 경주 왕궁발굴 현장 40년만의 첫 방문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박상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7일 경주 월성 신라왕궁 발굴현장 방문은 최근 광복절 축사 등에서 언급한 '전통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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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면, 대통령이 문화재 발굴현장을 찾기는 40년만이다. 1975년 7월 3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육영수가 비명의 총탄에 간 이래 그 퍼스트레이디 대행한 박근혜를 데리고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참석차 경주를 찾았다가 박물관은 테이프커팅 휙 하고는 곧장 황남대총 발굴 현장을 찾았던 것이다. 
 

이인숙이가 상을 차렸다.

 
두 박씨 대통령 어중간에 노무현이 국방부 유해발굴현장을 찾은 적은 있으나, 이를 전형하는 고고학 발굴현장으로 보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어, 아무래도 본격하는 고고학 발굴현장 대통령 방문은 그의 아버지 이래 물경 반세기만에 처음이라 해야 한다. 

이 월성 발굴은 우려가 적지 않았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반대했다. 왜 굳이 멀쩡한 데를 파야하느냐를 묻지 않을 수 없었고, 현재도 저때 닻을 올린 월성 발굴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속 중이지만, 왜 파야 하는지를 나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다. 

정권이 바뀌었으면 물꼬를 다른 데로 트야 하는데, 문화재청이 저 짓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도 실은 문제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으니, 대통령의 방문은 그냥 훅 하고 지나치는 방문과는 달라, 반드시 대통령은 선물을 줘야 하며, 그에 따라 그 사업은 성패를 달리하게 된다. 
 

두 여자 앞에서 쫀 듯한 40년차 베테랑 반장 최태환. 저 반장님, 40년 전엔 박정희를 맞은 양반이다.

 
 
이때 방문에서 박근혜는 어떤 보따리를 풀었을까? 아래 기사를 본다. 
 
월성 복원현장 찾은 朴대통령 "인력·예산 최대한 투입"(종합)
송고시간 2015-09-07 19:39 
현직 대통령 발굴현장 방문은 40년만…"문화융성 핵심거점"
"찔끔찔끔 하다보면 하세월, 체계적으로 집중 추진" 속도전 주문
 
https://www.yna.co.kr/view/AKR20150907162751001?section=search 

월성 복원현장 찾은 朴대통령 "인력·예산 최대한 투입"(종합)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오후 신라왕경(王京) 복원사업의 핵심유적인 경주 인왕동의 월성지구 발굴조사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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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먼저 찾아 그곳 서문시장에서 박수갈채 환호를 받은 업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박근혜는 월성 발굴현장으로 가서는 나선화 문화재청장한테서 현황을 보고받고는 판에 박힌 말로 잘한다 수고한다는 덕담을 건넨다. 최반장 최태환 반장이 영접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기사에서도 논급하는 월성 복원 사업을 잠깐 정리해야겠는데, 이 사업은 경주왕경복원 사업 일환으로 황룡사 복원과 동궁·월지 복원 및 정비, 월정교 복원 등 8개 세부 사업으로 분류하고는 문화재청과 경북도와 경주시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총 사업비 9천450억원(국비 6천615억원·지방비 2천835억원)을 쏟아붇게 되어 있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공직자 철칙은 절대로 대통령 의상 색상보다 화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선화 보고를 받고 박근혜는 이 사업이 "정부가 쭉 추진하는 문화융성에도 맞는다. 경주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데 이런 경주 역사 유적지구를 잘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은 문화융성을 계승하는데 있어 핵심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월성 지역뿐 아니라 8개 유적지가 있다. 그런데 좀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복원하는 부분을 잘하지 못했던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문화재청에서 신라 왕경 핵심유적에 대해 인력이나 예산을 최대한 투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주시기 바라겠다"고 툭툭 던진다. 

이 얼마나 좋은가? 저 말은 곧 돈 확보를 의미했다.

실제 그의 방문에 즈음해 청와대는 백브리핑을 했으니 신라왕경 복원사업 예산으로 그해 올해 400억원을 이듬해 453억원으로 증액하고, 이 가운데 월성복원 사업 예산은 70억원이었던 것을 210억원으로 대폭 증액키로 했다고 밝힌 터였다.

문제는 이 자리서 박근혜가 속도전을 당부했다는 데 있다.

"찔끔찔끔 하다보면 하세월이고 그러니까 좀 집중적으로…", "지금부터라도 분발해서 잘하고, 어쨌든 발굴과 복원 작업을 차근차근 꼼꼼하게…"라 말한 것이다. 
 

나선화. 박근혜를 들었다놨다 했다.

 
그가 탄핵되지 않았던들, 월성 현장은 지금쯤 발굴이 끝나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방문은 상징이기도 하면서 실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만큼 모든 정부부처는 대통령을 모셔오고자 고혈을 짜낸다. 

더구나 정부 행정에서 쥐꼬리에 지나지 않고, 존재감 각인이 쉽지 않은 문화재로서야 두 말 해서 뭐하겠는가? 
 

월성 직전 서문시장을 찾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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