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91)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경호 흐르는 물에
맑은 물결 출렁이니
사명광객 귀향 배에
흥취가 가득하리
산음 땅 도사와
만나게 된다면
『황정경』을 써주고
흰 거위와 바꾸시리
鏡湖流水漾淸波, 狂客歸舟逸興多. 山陰道士如相見, 應寫黃庭換白鵝.
하(賀) 빈객(賓客)은 하지장(賀知章)이다. 태자빈객(太子賓客)을 지낸 적이 있어서 흔히 하 빈객이라 부른다. 그의 고향은 산음(山陰)으로 지금의 중국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紹興)이다. 경호(鏡湖)는 지금의 사오싱 젠후(鑑湖)다. 젠후는 저수지처럼 막힌 호수가 아니라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들고 나가는 길다란 호수다. 사오싱은 춘추시대 월(越)나라 도성이었다. 하지장은 시와 서예에 뛰어난 명인이었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명성을 날렸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구속 없는 언행을 일삼으며 스스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불렀다. 이백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이백보다 40여세나 나이가 많았다. 술 좋아하고 미친 행동으로 말하자면 하지장이 이백의 대선배였던 셈이다. 두보(杜甫)도 「음중팔선가(陰中八仙歌)」에서 이 두 사람을 모두 거론했다. 산음 땅은 ‘서예의 성인(書聖)’ 왕희지가 생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왕희지는 거위를 좋아했는데 산음 땅 한 도사가 거위를 잘 기른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왕희지가 거위를 갖고 싶어 하자 도사는 황희지에게 글씨를 써달라고 했다. 왕희지는 신선술에 관한 도교 경전 『황정경(黃庭經)』을 써 주고 거위와 바꿨다. 이백은 이 전고(典故)를 이용해 하지장을 왕희지에 비견하고 있다. 은근한 찬사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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