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별전은 사진과 디지털 중심인 까닭에 우리가 박물관이라고 하면 익숙할 법한 이른바 유물은 상대적인 출품 비중이 여타 문화재 관련 특별전에 견주어서는 적다.
그런 가운데서 고려시대 불구 몇 점은 익히 알려진 것들이기는 하지만 주목을 요하는 바가 있다.
예서 불구란 불교 관련 유물이라는 광의의 뜻으로 나는 사용한다.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각종 의기라는 협의의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기획전은 보니 이와 관련한 전시품으로 리움 박물관 소장품 중에서 국보 등으로 지정된 최상급 유물 몇 점이 선보이거니와, 그것을 구체로 보면
1. 10~11세기 무렵 금동대탑(국보. 높이 155.0센티)이라 일컫는 유물의 3D 스캔 영상이 있고,
2. 같은 고려시대 10세기 어간의 금동 용두 토수(보물. 높이 30.5센티)가 있으며,
3. 같은 고려시대 10세기 무렵 금동풍탁(높이 37.2 폭 17.8센티)
4. 같은 고려시대 10~11세기 무렵 용두보당(국보. 높이 104.3센티)
이 네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금동대탑은 실물이 아니라 다른 고려시대 불구를 모은 코너 벽면에 3d 디지털 자료를 상영 중이다. (가만...실물이 있는데 내가 못봤나?)
이 금동대탑은 보전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거니와, 이것이 아마 실물로는 5층인가로 남았지만, 원래는 9층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중간 몇 층이 빠져나간 것이다.
여러 이유로 훼손된 상태로 전한 것이 현재 모습이라는 것인데, 이는 삼국시대~고려시대 현존하는 석탑에서 흔하다는 점과 비교해 봄 직하다. 이 디지털 영상을 보면 각 층별로 유물 부재는 끼워서 완성한 듯하다.
금동 용두 토수와 금동풍탁은 나란히 전시했거니와, 그 전시기법이 단순하면서도 새로울 것이 없으나, 어두움 전시 환경에서 금빛 찬란한 모습이 남들은 어떨지 모르나 나는 좋더라.
고려시대 금동풍탁은 근자에 고고학 발굴을 통해 정식으로 출토된 유물이 몇 점 있다. 내 기억에 내가 "현존 최대 크기 고려금동풍탁"이라는 표현을 써서 보도한 것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해 보고 싶다. 고려시대 금동풍탁에 대한 전론이 근자 제출되었는데, 동국대 미술사학과 최응천 교수 지도로 어떤 학생이 석사논문을 제출했더라...나중에 이 논문 보았더니 내가 최교수한테 제공한 사진이 떡하니 붙었더라....이 친구가 나중에 논문을 보내면서 "기자님 감사해요"라고 하는 바람에, 순간 서운한 감정이 확 녹아내렸다.
금동풍탁 당두 부분에는 卍자를 새겼다.
용두보당은 내 기억에 고려시대 당간과 당간지주 모습을 이토록 생생하게 알려주는 유물은 없다. 당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고리를 형성했거니와, 이는 당간 전체의 몸통 이미지가 대나무에서 왔음을 증명한다. 이른바 종의 음통과도 관련한다.
당간지주에 당간을 어찌 고정했는지를 생생하게 목도하거니와, 나로서는 당간지주 밑 구성이다.
이걸 보면 마치 불대좌 같은 모습인데, 이것이 이 조형물의 받침시설인지, 아니면 원래의 당간 기초 시설도 이런지가 몹시도 궁금하다.
현존하는 당간은 몇 점 되지 않고, 대부분 당간을 뽑아서 엿으로 바꿔버렸거니와, 그나마 남은 당간 대부분은 원래 위치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일 뿐더러, 그 기초시설이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데가 몇 군데인지 모를 정도로 희박하다.
(2015.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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