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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5)
먼산(遠山)
송 구양수(歐陽修) / 김영문 選譯評
먼 산 빛
원근 없어
산 보며
종일 걷네
봉우리
곳 따라 바뀌나
나그네
이름도 몰라
山色無遠近, 看山終日行. 峰巒隨處改, 行客不知名.
앞에서 몇 번 언급한 것처럼 송시는 자잘한 일상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비근한 사물에 심오한 이치를 담는다. 송시의 이런 특징을 주도한 사람은 북송 초기 문단의 영수 구양수다. 이 시에도 그런 송시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먼 산’이 무엇을 의미할까? 인생의 목표일 수도 있고, 정치의 목표일 수도 있고, 문학예술의 목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저 멀리 존재하는 자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이것이 시적 모호성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시 해석처럼 하나의 명확한 의미만 가리킨다면 그것은 좋은 시가 아니다. 우리 삶도 시와 닮았다. 주위의 인생을 살펴보면 어려서부터 어떤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삶을 영위하는 사람보다 그냥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내 생명이 내 의지대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내 삶도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간 순간 힘써 노력하며 그저 살아갈 따름이다. 루쉰의 어투를 빌자면 “따름而已만이 있을 따름이다.” 산봉우리 이름을 모른다고 등산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산이 있어 산에 가는 것처럼 진정한 나그네는 길이 있으므로 그냥 걸을 따름이다. ‘따름而已’에 충실한 삶,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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