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07)
중국 강소송 양주 수서호瘦書湖
죽림사에 부쳐(題竹林寺)
[唐] 주방(朱放) / 김영문 選譯評
세월은 사람 삶
재촉하는데
안개와 노을
이곳에 많네
은근한 죽림사
여기 절집을
다시 또 몇 번이나
올 수 있으랴
歲月人間促, 煙霞此地多. 殷勤竹林寺, 能得幾回過.
오늘은 매화산 청량사에 들르는 날이다. 가을 단풍 속 선경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경향 각지의 도반들과 오랜만에 두런두런 격조했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한시 몇 수를 준비하여 조촐한 저녁 시간을 즐길 것이다. 가을 저녁 산등성과 산골짝으로 두루 퍼져가는 그윽한 범종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아마 하늘에서는 반달을 지난 가을 달이 수만 골짝 개울을 비출 것이고, 어쩌면 그 공산명월을 스치며 날아가는 이른 기러기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벌레 소리는 이미 다 잦아들었겠지만 잎새마다 스미는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고즈넉한 산사를 그윽히 채우리라. 젊은 시절 여행을 떠날 때마다 집을 나서며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젖곤 했다. 특히 산행을 떠날 때는 더욱 그런 생각이 심했다. 왜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까닭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오히려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그 다짐 역시 터무니없는 생각이긴 마찬가지였다. 가야산과 매화산 일대는 신라 말 최치원 선생이 은거한 곳이다. 최치원 선생은 어느 날 이 세상을 떠나며 제자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나는 이제 서쪽으로 떠난다. 여기 내 지팡이를 꽂아두겠다. 이 지팡이에 새싹이 돋아 무성한 나무로 자라면 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라. 짜이젠!” 그 지팡이가 아름드리 고목으로 자라나 여전히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늘 어쩌면 최치원 선생을 만나 한 수 가르침을 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라 향가를 읊으시고, 당나라 때 중국어를 하시려나? 제목의 죽림사는 학림사(鶴林寺)로 된 판본도 있다. 죽림사면 어떻고 학림사면 어떠랴... 또 청량사라 해서 무슨 상관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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