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행정 초토화한 설악산 케이블카

by taeshik.kim 2018. 1. 20.
반응형

위태위태하게만 보이던 문화재 행정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태로 초토화에 직면했다. 중앙행심위는 지난 15일 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 문화재현상변경허가 불허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인용 처분을 내렸다.

행심위는 문화재청 행청 처분이 '문화재보호법의 입법취지상 보존·관리 외에도 활용까지 고려하도록 되어있는 바, 문화재청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보존과 관리 측면에 치중한 점이 있고, 문화향유권 등의 활용적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이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을 잘못행사하여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 당연히 문화재청은 당혹 일색이다. 

이와 같은 행정처분을 뒤집는 행정심판이 다른 데서도 잇따르면서 국가 행정 자체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는 있지만, 이번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심판은 문화재 행정 전반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규제 위주인 문화재 행정이 그간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임의적이라는 비판에 줄곧 시달린 데다, 이번 심판이 여타 문화재 행정 전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문화재 현상변경에만 국한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을 줄로 안다. 하지만 이번 심판은 그뿐만 아니라 문화재 행정 전반에 핵폭탄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 행정 전반을 근간에서 뜯어고쳐야 시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춘천 중도 유적을 보자. 

이 유적은 레고랜드 부지 조성 예정지다. 하지만 발굴결과 청동기시대 유적이 쏟아지면서, 문화재청은 각종 브레이크를 걸어 이전복원하라느니, 일부 구간은 현지 보존하라느니 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 내실을 뜯어보면, 이런 조치들은 하등 법적인 효력을 구비하지 못한다. 해당 지역이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아닌데, 더구나 그것을 새로 지정한 것도 아닌데, 오로지 매장문화재 보호라는 이유를 달아 이런 행정조치들을 취한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앞으로는 모조리 행정심판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문화재현상변경 문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의 문화재 행정은 구시대의 산물이요 적폐의 덩어리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라는 방어막을 치고는, 그 모든 행정 결정을 위원회에 미루어 버리고는 자신들은 그 방패 뒤에 숨는 짓을 해왔다. 그런 모든 행정조치는 문화재위원회 결정이라는 오로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책임을 회피하곤 했다. 그렇다면 문화재위원회는 어떤가? 

문화재위원회는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어떤 누구도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집합명사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그 구성을 보면 모조리 교수 중심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만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설악산 건만 해도, 천연기념물인 산양 보호를 구실로 내세웠지만, 케이블카 건설이 산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전문가가 어떤 보고서를 냈으며, 그것이 정작 유효한지도 전연 검증이 되지 않았다. 질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문화재행정은 문화재위원회에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 권한은 아무런 법적인 효력도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들 맘대로 어떤 기준도 없이 어떤 곳은 보존하라, 어떤 곳은 이전하라고 결정한다. 이 따위 국가행정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아무런 책임도 없는 문화재위원회는 이제 생명이 다 했다. 혁파해야 한다. 혁파해서 단순 자문위로 격하하고 규모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더불어 문화재위원회에 떠넘긴 권한은 청이 직접 회수하고, 그런 행정조치들을 담보하는 법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예로 들었듯이 발굴허가를 왜 문화재위가 심의한다는 말인가? 지들이 무슨 권한이 있다고 발굴허가까지 관장한다는 말인가? (2017. 6. 17)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