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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배 타고 떠나는 그대 전송하노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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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82)


이별 네 수(别人四首) 중 둘째


[唐] 왕발(王勃) / 김영문 選譯評


강 위에 바람과

안개 쌓이고


산 계곡 깊은 곳

운무 짙어라


남포 밖에서

그대 보내니


돌아본들 장차

어찌 하리요


江上風煙積, 山幽雲霧多. 送君南浦外, 還望將如何.


‘송군남포(送君南浦)’는 너무나 익숙한 구절이다. 한 때 고등학교 교과서에 고려 정지상(鄭知常)의 「그대를 보내며(送人)」(「대동강(大同江)」)란 시가 실려 있었던 까닭이다. “비 갠 언덕 위 풀빛 푸른데/ 남포로 임 보내는 구슬픈 노래/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해마다 이별의 눈물 보태는 것을(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정지상의 이 시는 이별을 노래한 절창이고 번역도 훌륭하지만 ‘송군남포(送君南浦)’ 번역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남포로 임을 보낸다”고 번역해야 할까? “남포에서 임을 보낸다”로 번역해야 할까? 당시 교과서의 번역은 평양에서 남포로 임을 보낸다는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남포(南浦)’를 관용화된 이별의 장소로 본다. 따라서 ‘송군남포(送君南浦)’ 최초 출처인 굴원(屈原)의 『구가(九歌)』 「하백(河伯)」에 나오는 “송미인혜남포(送美人兮南浦)”나, 강엄(江淹) 「별부(別賦)」의 “춘수록파, 송군남포(春水綠波, 送君南浦)”도 모두 남포에서 임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봐야 문맥에도 맞다. 남쪽 포구는 배를 타고 떠나는 그대와 이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외운 교과서 한시와 번역은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대학 다닐 때 “남포에서 임을 보낸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성은 항상 “남포로 임을 보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무의식 속에 각인된 이 오류는 마침내 『문선(文選)』 「별부(別賦)」를 번역할 때도 그대로 투영되고 말았다.(『문선역주』 3권, 121쪽) 시간에 쫓겨 학술진흥재단 과제를 완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문선역주』를 뒤적이다 해당 대목을 만날 때면 얼굴이 붉어지며 괴로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마침 “송군남포”와 관련된 시를 소개하는 마당이라 내 무의식의 오류를 기록해두고 훗날 교정할 날을 기다리고자 한다. 그날은 과연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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