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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옥문관을 넘지 못하는 봄바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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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83) 


양주사(凉州詞) 


[唐] 왕지환(王之涣) / 김영문 選譯評 


황하는 저 멀리

흰 구름 사이로 오르고


한 조각 외로운 성

만 길 산에 우뚝 섰네


오랑캐 피리 하필이면

「버들 노래」로 슬퍼하나


봄바람은 옥문관을

넘지도 못하는데


黃河遠上白雲間, 一片孤城萬仞山. 羌笛何須怨楊柳, 春風不度玉門關.


당시(唐詩) 중에서 변방의 애환, 고통, 고독, 용기, 기상 등을 읊은 시를 변새시(邊塞詩)라고 한다. 왕지환(王之渙), 왕창령(王昌齡),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이 이 시파에 속한다. 이 시를 읽으면 우선 첫 구절에서 특이한 느낌을 받게 된다. “황하가 저 멀리 흰 구름 사이로 올라간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백의 「장진주(將進酒)」 첫 구절과 방향이 정 반대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 위에서 쏟아져내려오는 것을(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왕지환은 방향을 바꿔 “황하가 흰 구름 사이로 올라간다”고 표현함으로써 구름과 땅이 맞닿은 변방 광야의 까마득한 공간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곳에 외로운 성이 작은 조각처럼 만 길 산 위에 우뚝 서 있다. 문득 저 멀리 오랑캐 땅에서는 이별을 슬퍼하는 악곡 「절양류가(折楊柳歌)」가 피리 소리에 실려 끊어질 듯 말 듯 귓전에 스쳐온다. 「절량류가」는 버드나무를 꺾어 이별한다는 내용의 민요다. 류(柳: 버드나무)의 발음이 류(留: 머물게 하다)와 통하므로 떠나는 사람을 잡고 싶다는 비유로 쓰인다. 특히 봄철에 버드나무를 꺾어 변방으로 떠나는 사람을 안타깝게 배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시각적 황량함에 청각적 애절함이 보태짐으로써 변새의 고독과 향수는 뼛속까지 스며든다. 이 때 견딜 수 없는 병졸 하나가 투덜거린다. “절마들은 버들도 안자라는 곳에서, 와 시도 때도 없이 「버들 노래(折楊柳歌)」만 불어대노?” 오랑캐 땅에는 왜 버드나무가 자라지 않을까? 그곳은 멀고, 높고, 험하고, 황막하여 봄바람조차 옥문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버들 노래」를 들은 병졸들은 틀림없이 고향 우물가의 초록빛 수양버들과 그리운 가족 그리고 고운 임을 떠올릴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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