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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봉은사가 지우려한 식민지 역사

by taeshik.kim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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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서 강남 땅에 왔다가 스벅 커피 한 잔 들고 봉은사를 찾았다. 추사 선생이 돌아가시기 사흘 전 썼다는 <판전> 글씨를 오랜만에 한 번 보고 싶어서였는데, 절 분위기가 꽤나 어수선해서 좀 아쉬웠다. 근데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되었다.




판전 옆, 무슨 문화관을 짓는다고 길을 냈는데 그 옆에 박힌 돌기둥 하나. 깨져서 별로 볼 것 없어보이긴 해도 일단 글자가 있으니 전공(?)을 살려 들여다보았다. 앞부분은 죄 누가 뭉개놓았는데, 뒷부분은 살아 있다.

"조선불교조계종대본산봉은본말사주지대표
   소화십팔년   시월    일      건립"




소화 18년이면 1943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그때 봉은사 주지께서 세운 돌이라.

다시 앞면을 바라본다. 햇빛에 비춰보니 언뜻언뜻 '충'자가 보이는 듯도 하고, 그 아래 잔글씨는 '육군....' 같아보인다. 알 만 하다. 그러니 뭉갰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소화 연호도 누가 손을 댄 흔적이 있다.



예전에 왔을 때는 본 기억이 없는데, 땅에 파묻혔다 이제야 드러난 것일지?

모를 일이지만,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저 돌이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진 말아야 할 텐데.




***

2018년 9월 4일 글이다.

저 돌이 지금도 남았는지 모르겠다.


*** Editor's Note***

이른바 부끄러운 역사라 해서 저리 인멸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워진 자리에 위대함만 남는다.

역사인멸은 실상 역사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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