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사전은 이제 곳곳에서 신음 소릴 내며 퇴조 일로다. 이젠 더는 설 곳이 없다. 내도 팔리지 않을 뿐더러, 팔려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
신문..요새는 기자들도 보지 않는다. 신문 발행부수? 아득히 먼 선캄브리아 후기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신문은 퇴조를 거듭해 지금은 마지막 숨을 헐떡인다.
그렇다면 사전이 퇴조했는가?
분명 오프라인 사전은 눈에 띠게 퇴조했다.
그렇다면 신문이 퇴조했는가?
분명 조중동이 대표하는 신문이 가판대에서 정신없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전이 결코 퇴조했다 할 수는 없다. 그러니는커녕 단군조선 이래 이토록 사전 수요가 많은 시대가 있을성 싶을만치 그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너도나도 사전을 찾는다. 그 매체가 바뀌었을 뿐 사전 수요는 폭증 일로다. 오프라인 사전이 사라졌을 뿐, 그것을 대체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형태의 사전은 범람을 방불한다.
뿐이랴? 사전은 종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시로 개정증보가 이뤄진다. 위키피디아며 바이두가 대표하는 온라인 사전은 성업 중이다.
그 성업을 가능케 하는 동인은 첫째 그 막대한 수요이며, 둘째 그 개정증보의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에 있다고 나는 본다.
따라서 사전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사전이 사라졌다는 말은 오프라인 사전에만 해당할 뿐이며, 그 수요는 폭증 일로임을 구분해야 한다.
신문이 퇴조했는가?
마찬가지로 그것이 취급하는 신문과 방송이 뉴스 시장에서 급격히 힘을 잃었을 뿐이며, 뉴스 수요는 마찬가지로 폭증했다.
뉴스가 이토록 각광받는 시대는 단군조선 이래 없었다. 신문 시대엔 언감생심 독자 축에도 들지 못한 초중등생이 이젠 누구나, 그것도 수시로 뉴스를 찾는 시대를 우리는 산다.
최순실 모르는 초등생 없다. 뉴스가 신문과 방송에서 해방하니 뉴스가 극성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신문이 퇴조한 일을 뉴스 시장의 퇴조로 등치等置할 수는 없다.
사전과 사전 수요, 신문과 뉴스 수요는 다르다.
때는 바야흐로 사전 전성시대, 뉴스 범람시대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볼멘 소리 중 다른 하나인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책을 읽지 않는가? 오프라인, 혹은 범위를 더 확장해 그것을 대체한 매체 중 하나인 전자출판물 수요가 줄어든 일을 독서시장 쇠퇴로 등치할 수는 없다.
책을 읽지 않을 뿐, 절대적인 독서량은 폭증했다. 오프라인 출판시대 독서시장과 비교하면, 단 하루도 글을 읽지 않는 시대가 없다.
비슷하게, 이제는 모두가 작가인 시대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원고지에 글을 쓰고, 노트북으로 뭔가 심금을 울리는 글을 자판으로 두들긴다는 시대는 지나갔다.
댓글 하나가, 무심한 좋아요 하나가 글을 창작하는 일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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