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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여름날 비 오니 뽀개지도록 마시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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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07)


여름비가 시원함을 가져오다 세 수(夏雨生凉三首) 중 둘째


 송 주숙진 / 김영문 選譯評 


높이 솟구친 황금 뱀이

우르릉 천둥 울리고


천둥 지나 얼룩진 하늘

차츰차츰 맑게 개네


비는 시원함 재촉하고

시는 비를 재촉하니


새로 거른 맛있는 술

남김없이 마시리라


崒嵂金蛇殷殷雷, 過雷斑駁漸晴開. 雨催凉意詩催雨, 當盡新篘玉友醅.


당시(唐詩)에 비해 송시(宋詩)는 대체로 시어가 어렵다. 첫째 구의 줄율(崒嵂)은 높이 치솟은 모양 또는 높은 산을 의미하고, 둘째 구의 반박(斑駁)은 얼룩덜룩한 색깔을 형용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먹구름 사이에서 번개가 치면서 빛과 어둠이 엇섞여 드는 풍경을 가리킨다. 넷째 구의 신추(新篘)는 술을 새로 걸렀다는 뜻, 옥우(玉友)는 술, 배(醅)는 아직 거르지 않은 술이다. 모두 쉬운 어휘가 아니다. 송대의 시인들은 당시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어도 평범하지 않은 말을 골라 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는 천둥 번개가 치며 소나기가 쏟아지다가 금방 날씨가 개는 여름 풍경을 묘사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황금빛 뱀과 같은 번개가 번쩍이고 우레가 울리면 흡사 음양이 처음 갈라지고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부정하게 산 자들은 벼락을 맞을까 조심해야겠지만 우리처럼 착하게 산 소시민들이야 두려워할 게 무엇이랴? 이런 날은 오히려 따끈한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으로 여름 속 시원함을 즐기는 것이 제격일 터이다. 여기에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나 “두 사람이 술을 마시니 산꽃이 핀다(兩人對酌山花開)” 등과 같은 명시를 안주로 곁들이면 이보다 여유 있고 넉넉한 삶은 없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런 소소한 낭만조차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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