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풍성하나 함박눈 내린 내 머리>
한시, 계절의 노래(106)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지난날엔 머리 흴까
근심했는데
희지 않고 쇠락할 줄
뉘 알았으랴
이제 곧 남김없이
다 빠질 테니
실낱처럼 변할 수도
없게 되리라
昔日愁頭白, 誰知未白衰. 眼看應落盡, 無可變成絲.
이백은 「장진주(將進酒)」에서 자신의 백발을 거울에 비춰보며 “아침에는 푸른 실 같더니 저녁에는 흰 눈이 되었네(朝如靑絲暮成雪)”라고 슬퍼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괜찮은 편이다. 백발은 되었지만 머리카락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백발을 온갖 색깔로 염색할 수 있다. 머리카락만 남아 있다면 뭐가 문제랴? 백거이는 백발이 되기도 전에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도 스물다섯 무렵부터 탈모가 시작되어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빠지든 말든 큰 신경은 쓰지 않았으나, 머리카락이 멀쩡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괜히 더 늙은 듯하여 마음이 울적해지곤 했다. 다행히 탈모가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아서 30여 년간 그럭저럭 버텨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예순에 가까워오니 휑한 두발을 감출 수 없다. 몇 년 전에는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완전히 삭발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보시고 깜짝 놀라 무슨 암에 걸린 게 아니냐고 추궁하셨다. 나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믿지 않으시고 한 동안 시름을 놓지 못하셨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가르침도 있으니 이제 삭발은 하지 않으려 한다. 어머니 근심을 덜어드리는 일만이 그래도 불효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길이니 말이다. (김영문)
<두상 절반쯤이 스텝 고원지대로 변한 김영문 선생 머리>
백발은 홀로 오지 않는다. 나는 새치가 중학생 때 벌써 보이기 시작하고 20대엔 제법 많아 싸라기 눈밭 같았다. 그게 그토록이나 스트레스였다. 또 다른 머리카락 스트레스는 그 뻣뻣하기가 돼지털 같아, 밤송이 가시 같아 차라리 박박 밀어버리거나, 아니면 장발이어야 했다. 한데 이것도 세월이라, 아주 세어버려 함박눈 덮힌 천지처럼 변하는가 싶더니 그 빳빳한 머리카락도 힘을 잃어 태풍 만난 나락 같아 픽픽 쓰러진다. 혹자는 말한다. 왜 염색을 하지 않느냐고. 첫째 귀찮아서요, 둘째 그런 대로 폼은 나기 때문이다. 백발을 한탄하지 마라. 특히 독수리 머리 사람들 앞에선 백발 자랑하지 말지어다. 무심결에 그런 사람 앞에서 백발을 한탄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너는 머리카락이라도 있지, 난 그런 머리카락도 없으니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한다. 제목이 링크한 본래 김영문 선생 포스팅을 보면 휑뎅그레 아라비아 사막 같은 머리를 드러낸 본인 사진을 참고자료로 올려놓았다. 그래 난, 없는 사람보다 나으니깐 내 저들을 보는 낙으로 살아간다.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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