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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역사덕후 문재인의 문화재 행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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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 찾은 문 대통령


이건 우리 문화재 담당 기자더러 하나 별도 기사화를 주문할까 하다가, 너 문빠냐 어쩌나 하는 말이 일각에서 나올 것이 빤해 이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제목이 말한 저 행보, 문통이 유별나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평가건대, 역사 혹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박정희와 더불어 최고를 다툴 만한 행적을 보인다. 주지하듯이 문화재 현장을 자주 찾은 역대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능가할 이는 아직 없다. 그의 기나긴 재위기간을 감안한다 해도, 그는 주요 발굴현장까지 친림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데 취임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문통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행보를 보이거니와, 언제나 우리 사회 다른 부문에 견주어 언제나 열세를 면치 못하는 문화재계에 이는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말, 사석에서 나는 자주 한다. 

문통 자서전을 보면, 역사 덕후 모습이 완연한데, 취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런 고백을 반신반의했으니, 정치인의 자서선이란 으레 그렇듯이 대중을 위한 이미지 포장이라는 성격을 벗어버릴 수는 없어, 역사 덕후라는 고백 역시 나는 쇼맴십 일종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며, 그래서 과연 그 바쁜 국정 일정에서 문화재 현장은 몇 번이나 찾을 것인가 못내 의뭉스레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대통령 문재인은 역사 덕후임이 분명하다. 

인니 대통령 부부를 창덕궁 후원으로 안내한 문 대통령


그런 면모는 이번 여름 휴가 기간 중 봉정사를 찾은 일에서 잘 드러난다고 본다. 봉정사를 포함해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 7곳이 '한국의 산사'라는 이름으로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거니와, 그 일곱 사찰 중에서 오직 봉정사를 못 가봤다 해서 이번 여름 휴가를 이용해 봉정사를 찾았으니, 답사를 좋아하는 같은 사람으로 그 심정을 나는 조금은 이해한다. 

그 직전인가 아니면 그 즈음인가 문통은 문화재계 개혁을 주문했으니, 다름 아닌 문화재 안내판 문제였다. 청와대 안에 지정 문화재 몇 건이 있는데, 개중 한 곳의 문화재 안내판을 보고는 그에서 난무하는 난수표 방불하는 각종 건축 용어를 보고는 소위 진노하면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다가 혼을 내면서 개선을 주문한 것이어니와, 그를 가까이 보필하는 비서한테 내가 물었다. "저거 진짜 문통 작품이야" 했더니 그 비서가 이르기를 "맞어. 경내 산책하시다가 안내판 보시고는 직접 자료 준비하라 지시하셨고, 그제 발표가 그렇게 해서 나온 거다"고 한다.   

근자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했다. 그 환영식을 창덕궁에서 열었다. 이 일이 확정될 무렵, 모처에서 전화가 왔다. 이르기를 "환영식을 창덕궁 아니면 경복궁에서 하려 하는데, 앞으로 자주 그려려고 한다. 다만 문화재를 훼손하니 하는 말들이 혹 나오지 않을까 한다. 그런 쪽으로 여론이 호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으니, 그 말을 듣고는 내가 "고궁은 더 열여제껴야 한다. 그런 중요 국가행사장으로 더더욱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언제까지 문을 걸어잠글 수는 없다"고 부화뇌동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묻기를 "창덕궁은 누구 아이디어냐" 했더니, "VIP가 직접 고르셨다. 저번 인도네시아 가셨다가 그쪽 대통령이 하도 고궁을 자랑했다. 그걸 보고 우리도 우리 고궁을 그리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화성돈 대한제국공사관을 찾은 문 대통령


남북 정국, 북미 정국이 정신없이 돌아간 올해 들어, 그 일환으로 문통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문통은 그곳 대한제국공사관을 둘러봤다. 그날 오전 막 개관한 이 공사관을 대통령이 돌아본 것이다. 이것이 나는 역사에 대한 성의라고 본다. 그런 성의를 문통이 직접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는 이 분야에 그런대로 오랜 기간 투신한 나로서는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문통이 조만간 또 다른 문화재 현장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돈다. 

최고 권력자의 문화재에 대한 이런 유별난 관심이 반드시 문화재 그 자체에 대해 좋은 효과만 내지는 않는다. 때로는 역효과를 빚기도 했음을 우리는 다름 아닌 우리 역사를 통해 엿보기도 했다. 

문화재는 사회 여타 부문에 견주어 항상 홀대받는다는 피해의식이 실은 광범위하다. 그런 현실에서 최고권력자의 유별난 관심은 분명 광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런 관심을 문화재계는 부디 잘 살려, 문화재 자체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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