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으슬으슬 춥고,
감기가 올랑말랑 머리 아파, 세상만사 다 귀찮아지면
뜨끈뜨끈 방바닥에 이불 폭 덮고 누워 한 숨 자고 싶다.
아프지도 않고,
세상만사 전혀 귀찮지 않은 나 이지만,
뜨끈한 온돌방 호사를 한 번 누려보니 계속 생각 난다.
그래서 이리저리 핑계대어 오늘도 하루밤 더 자고 간다. 비록 새벽에는 너무 뜨거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했지만 말이다!
특이하게도 담양 토호님댁 온돌방에는 침대가 있다. 바로 저 침대쪽이 아궁이와 가장 가까운 아랫목이다. 침대를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을 보면 북방쪽 온돌인 '캉'과 비슷하다.
하지만 토호님댁은 방 전체에 온돌을 깔고, 아랫목만 침대처럼 높여 놓은 것이다. 침대 옆면을 만져보면 훈훈한데, 이 훈훈함이 방 전체의 공기도 데워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한옥의 온돌 하면, 발바닥은 뜨겁고, 코 끝은 시린 것을 떠올리는 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그냥 방에 누워 있으면 따뜻하다.
토호님은 다 계획이 있었나 보다.
아궁이 불을 지필 때 필요한 나무는 토호님께서 직접 쪼갠다. 도끼질 한 방이면 장작이 그냥 짝짝 쪼개진다.
그리고 무심한 듯 툭툭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종이박스 북 찢어 가장자리에 불 붙여 나무와 같이 활활 타게해주면 끝!!
온돌방이 따뜻해 지는 과정을 간단하게 썼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은 과정이다.
겨울 대비하여 미리미리 나무도 해 놔야 하고, 그때그때 장작도 패야 하고, 아궁이 앞에서 불도 지펴야 하고, 나중에는 재도 치워 줘야 하고...
부지런 해야 하고 , 무엇보다도 이런 문화에 애정이 없다면 어렵고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난 못해~~ 엄두가 안나요.)
담양 토호님이기 때문에
집에 이렇게 멋진 온돌방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밤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신 토호님께 김사드리며 허리 좀 지지며 자야쓰것다.
온돌 열기가 척추를 통과해
내 심장의 좌심방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모두들 따뜻하게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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