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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43)
이른 매화[早梅]
[唐] 융욱(戎昱) / 김영문 選譯評
원주 거돈사지
한 그루 차가운 매화
새하얀 옥 가지
마을 길 저 멀리
시내 다리 곁에 폈네
물 가까워 꽃이 먼저
피어난 줄 모르고
봄 왔어도 눈이 아직
녹지 않았나 의심했네
一樹寒梅白玉枝, 逈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未銷.
원주 거돈사지
아직 봄은 멀지만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으로 매화 시 한 수를 올린다. 물론 앞으로도 매화 시는 더 이어질 것이다. 본래 어떤 꽃이든 시내 곁 양지쪽 화초가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해준다. 이 시도 그렇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인은 매화와 눈을 연관시키면서도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눈 속 매화를 읊지 않았다. 저 멀리 시내 옆 매화나무에 백옥 같은 하얀색 그 무엇이 묻어 있다. 이직 매화가 피기는 너무 이른 철이라 지난 번에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천천히 다가가본 결과 그것은 눈이 아니라 일찍 핀 매화다.
겨울에 쌓인 눈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녹아서(化) 봄을 맞는 매화로 피어난다. 눈 속에 핀 매화가 아니라 눈이 바로 매화다. 눈이 녹아(化) 초목으로 화(化)하고 초목(艸)이 화(化)하여 꽃(花)이 된다. 봄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우리 곁에 다가온다.
"물 가까운 누대에 먼저 달이 떠오르고, 양지 향한 꽃나무가 쉽게 봄을 맞이하는(近水樓臺先得月, 向陽花木易爲春)"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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