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44)
깜짝 눈[驚雪]
[唐] 육창(陸暢) / 김영문 選譯評
인왕산과 북악
이상하게 북풍이
세게 부는데
앞마당은 달빛이
환히 비친 듯
하늘 신선 어찌 이리
솜씨 좋은지
물을 잘라 꽃 만들어
펄펄 날리네
怪得北風急, 前庭如月輝, 天人寧許巧, 剪水作花飛.
서울 도심
가위로 물을 오려서 눈꽃을 만든다니...기발하고 아름다운 비유다.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이 금방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킴의 손녀는 “눈은 어디서 와요? 할머니!”라고 묻는다. 킴은 자신을 위해 가위손으로 눈을 만들어 날리던 젊은 시절의 연인 에드워드를 회고한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옛 성에 살다가 킴의 어머니 펙의 인도로 마을로 내려 온다.
늙은 발명가에 의해 인조인간(AI)으로 탄생한 에드워드는 마지막 단계에서 가위손 대신 정교한 인간의 손을 달게 되어 있었으나 발명가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결국 가위손을 장착한 인조인간(AI)으로 살아간다.
발명가는 에드워드에게 하트(♡)를 넣어줌으로써 사랑할 능력을 부여한다. 에드워드는 펙의 집에서 펙의 딸 킴을 사랑한다. 하지만 킴에게는 짐이라는 애인이 있다. 킴은 짐의 폭력과 불법 행위에 실망하고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으로 주위의 모든 정원수를 가위질하여 아름다운 형상으로 바꿔놓는다.
심지어 펙과 그녀 친구들의 머리카락까지 환상적인 헤어스타일로 가위질한다. 그러나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도 없고 포근하게 안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킴이 “안아줘(hold me)”라고 했을 때,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으로 그녀를 포옹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에드워드는 크리스마스 축제에 쓸 거대한 얼음 천사 상을 조각하는데, 가위손으로 얼음을 다듬자 잘라진 얼음 조각들이 하늘을 가득 덮으며 하얀 눈꽃이 되어 날린다. 그 눈을 온몸으로 맞으며 킴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
에드워드의 마음이 담긴 그 눈이야 말로 부드럽고 포근한 사랑의 손길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눈은 어디서 와요?”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바로 “눈은 사랑에서 온단다”이리라.
조계사
이 시 작자는 가위로 물을 오려 눈꽃을 만들어 날린다고 했다. 「가위손」에서는 ‘사랑’이 모티브지만 이 시 모티브는 밝혀져 있지 않다. 자연현상은 저절로 그렇게 되는(自然) 법이어서 모티브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그것이 사랑의 눈이 될지 미움의 눈이 될지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셈이다.
그러나 얼음이든 물이든 그것을 가위로 오려 눈을 만든다는 발상은 동서양이 동일하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눈 대신 미세먼지가 매우 심하다. 하늘나라 신선이나 가위손 에드워드가 가위질을 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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