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데칸대와 함께 한 라키가리 발굴은 해외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연구자와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라키가리 유적이 있는 인도인의 관심은 우리가 보기에 무서울 정도였다.
내가 보기엔 인더스 문명에 관한 인도 사람들의 감정은 복잡하다. 마치 우리나라 고조선 문제처럼 인더스문명은 인도인에게 있어 단순한 학술적 영역에서의 관심 이상의 것이다.
인더스문명이란 단순히 5,000년 전 역사가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도인의 정치, 문화적 관심사와도 밀접히 연결된,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 인더스문명은 오늘날 인도인에게 무한한 긍지이고, 민족주의의 상징, 때로는 국수주의로도 불붙을 수 있는 그런 가연성 농후한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는 물론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이 문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긍심, 관심도는 인도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인더스문명 문제가 정치문화적으로 어떤 함의가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 이 문제를 천착한 김용준 선생이 따로 설명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인더스 문명을 상징하는 유물 중 하나. 델리 국립박물관. "The dancing girl"
우리가 데칸대와 함께 라키가리 유적을 발굴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나간뒤 인도 메스컴의 관심이 폭주하였다.
뭐 하나 제대로 나온것도 없이 이제 막 발굴이 시작한 단계에 불과했음에도 신문 방송의 관련 보도가 잇따른 이유는 앞에서도 썼듯이 결국 라키가리 유적이 마지막 남은 인더스문명의 대도시 유적이었기 때문이다. 발굴단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의 표적이 되었고 내 메일 인박스로도 인도 기자들의 낚시성 메일이 날아들었다.
일단 인도에서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아무래도 인도가 영연방 일원으로 영어권에 속하는 까닭에 처음에는 그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인도 국내 뉴스가 순식간에 국제 뉴스가 된 것이다. 비교적 이런 문제에 둔감한 동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이 뉴스는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뉴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라키가리 발굴 현장. 드론으로 촬영. 여기는 우리가 발굴한 공동묘지 구역은 아니다. 주거지 구역이다.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마을 사람들. 구경 나온 사람들이다. 발굴 하는 사람은 화면 왼쪽의 세 사람이다. 인더스 문명 유적이라는 것이 인도인에게 얼마나 큰 관심사가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중의 인더스 문명에 관한 관심사때문에 인도 언론은 이 유적 발굴 보고를 놓칠 수가 없다. 발굴단을 끝없이 따라 다닌다.
소위 "Aryan"의 인도 내 이동 (invasion of Aryans)과 관련된 최근의 이론. 인도 내에는 아리안족이 과연 외부로 부터 침략 해 들어온 사실이 있는지 아니면 인도문명 자체는 순수한 내부 역량의 발전 결과물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있으며 이런 의견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이 인더스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도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라키가리 발굴에 인도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중의 하나에 이 문제도 있다.
아래는 2014년부터 인도 현지 및 구미권 언론에 보도 된 라키기라 발굴 관련 기사 중 일부를 골라 묶어 놓은 것이다. 각 기사 제목을 누르면 기사 본문이 링크되어 열린다.
"Scientists to study parasite eggs in Harappan graves": Times of India (Jan 12, 2014)
"Four Harappan-era skeletons found near Hisar": Tribune (Apr 14, 2015)
"Skeletons Could Shed Light on Indus Valley Civilization": The Archaeology Magazine (April 15, 2015) "The well-preserved skeletons were discovered in sandy soil, and the joint team of scientists from Deccan College, the Haryana Archaeology Department, and Seoul National University in South Korea will attempt to collect DNA samples from the bones."
"Ancient skeletons found in India": BBC NEWS (15 April 2015): "The ancient Harappan civilisation dates back around 4,000 years and was first discovered at Mohenjo Daro in what is now Pakistan in the 1920s. The remains recovered from a cemetery in the northern state of Haryana are of two adult males, a female and a child. Scholars hope the latest find will shed new light on the Harappan people. Archaeologists and scientists from India and South Korea have been carrying out excavations at the cemetery at Rakhigarhi village in Haryana's Hissar district since 2013...."
"Virtual Harappans to come alive": The Hindu (MAY 03, 2015)
"DNA of a civilisation": Frontline (May 29, 2015): "The facial bones of two skeletons are intact. Shinde said software developed by forensic scientists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to reconstruct facial features from skeletons would come in handy to reconstruct the Harappan man. “With the help of this software, we can analyse the height of the Harappan person, his facial and body features, and the colour of his skin, eyes and hair....."
"In search of the Harappan DNA": Forbes India (Jun 22, 2015): "At the start of Shinde’s career in 1979, such possibilities were in the realm of science fiction. But 35 years later, his ambition and hope is propelled by the potential and increasing probability of success in this field The failure in Farmana was a lesson; much before the Rakhigarhi discovery, he had reached out to Dr Dong Hoon Shin, a forensic scientist and professor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who has, in the past, worked on 300- to 500-year-old mummies in South Korea. Together, they devised a protocol that the team would follow should they unearth more skeletons in future."
"15 skeletons found at Harappan site in Hisar’s Rakhigarhi village": Tribune (Apr 14, 2016)
"No Rakhigarhi migration since Harappan era: Experts": Tribune (Jun 16, 2018): Professor Shinde stated that facial reconstruction and physical appearance of the skeletons had striking similarity with current inhabitants of Haryana and Punjab. He said facial reconstruction and pathological studies were being carried out in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in South Korea.
"Mysteries of Rakhigarhi’s Harappan Necropolis: In burials from 4,000 years ago, women both exalted, condemned": Indian Express (December 30, 2018): A 3-season excavation in Haryana’s Rakhigarhi by archaeologists from Deccan College, who worked with Haryana government, ASI, ICHR, and a South Korean team, has unveiled a large burial ground that promises a very detailed anthropological profile of the Harappan people.
"We are all Harappans" Outlook (AUGUST 2018)
"Ancient Indus Valley Civilization Cemetery Unearthed in India" National Geographic News (2018)
신문기사에 다룬 내용은 우리 연구 내용을 정확히 이해 못하고 쓴 기사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도인들이 라키가리 발굴에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충분히 엿보게 한다. 기사 내용을 곰곰히 읽어보면 왜 인도에서 인더스문명 문제가 단순한 역사-고고학의 문제가 될 수 없으며 현대 인도사회의 정치-사회-문화적 측면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짐작이 간다. 이 문제는 인도 역사에서 이른바 "아리안족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 혹시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따로 언급을 해보기로 한다. 기사 자체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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