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학 연구실)
앞서 우리는 구대륙의 미라와 이들이 살던 사회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사실 "미라의 발견"이라는 현상은 전 세계적인 것이므로 신대륙에도 꽤 많은 숫자의 미라가 확인되고 연구되었다.
신대륙에 존재하는 문명은 유명한 것이 아즈텍, 마야, 그리고 잉카 문명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미라와 더 많은 연관이 있는 것은 중미에서 번성했던 아즈텍과 마야보다는 남미의 잉카 쪽이 되겠다.
신대륙의 고대문명. 중미 지역에 아즈텍, 올멕, 마야가 있고 남미지역에는 잉카가 있다.
오늘날 페루와 칠레 북부, 태평양 연안의 해안지대와 안데스 고산지대를 포함한 광대한 영역에는 잉카 문명이 있었는데 잉카 제국 자체는 역사학적으로 확인되는 내용만 본다면 1438년에 성립되어 피사로의 침략으로 절단난 해가 1533년이라니 우리 조선시대 전기 (임란 전)에 해당하며 전성기도 100년 정도로 짧았던 문명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사실 구대륙의 장구한 역사를 생각할 때 대단치 않아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페루를 방문하여 이 지역의 고고학적 유산을 살펴보면 이 지역의 역사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잉카의 정치적 확장. 서기 15세기부터 정치적 팽창을 시작하여 피사로의 시대에 이르면 안데스고원 서쪽의 광대한 해안지대를 석권하고 있었다.
사실 잉카 제국 자체는 우리 조선시대 전기에 해당하지만, 페루 박물관에 전시된 고고학 유물을 보면 잉카제국 이전 장구한 시기에 걸쳐 오늘날의 페루-칠레 북부 지역에는 수많은 문명이 명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아무래도 남미에 대한 전반적 이해의 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가끔 이 지역 문화를 다룬 역사 프로그램을 보면 잉카 제국은 "석기시대의 언밸런스한 제국"이라는 표현을 접하는데 실제로 잉카제국 이전에도 그 선구문화의 수준은 매우 높다. 단순히 금속기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석기시대 단계로 그 사회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다고 본다. 그 구체적인 실상을 이 연재 중에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잉카는 살아 있다. 심지어는 콜라의 모습으로도. 페루의 유명한 토착 콜라. 잉카 콜라-. 잉카를 상징하는 황금빛이다. 맛은 박카스 비스무리한 맛. 맛있음. 코카콜라가 잉카콜라를 넘어뜨리러 그렇게 노력했지만 결국 못하고 회사를 통째로 사버렸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도 잉카 콜라는 아마도 페루 일대에서 코카콜라보다 더 팔리는 것 같은데 코카콜라에서 생산한다.
잉카제국으로 상징되는 이 지역의 문명이 조선전기에야 돌발적으로 나타난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문명이 문자가 없어 장구한 시대의 기록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유의 문자가 발명되어 사용된 중미지역과 달리 남미지역의 잉카 제국에는 제대로 된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록 방법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고 실에 매듭을 지어 기록을 남기는 풍습은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키푸 (Qipu)라고 부른다.
키푸. 잉카제국의 기록 방법이다.
매듭이 기록 방법이라니. 엄청나게 이색적인 것 같지만 사실 이런 기법 자체는 인류문명에서 일정 단계에 매우 보편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동아시아의 경우에도 매듭문자의 기록은 있다. 주역 역계사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易》曰:「上古結繩以治,後世聖人易之以書契,百官以治,萬民以察,蓋取諸夬。」
상고시대에는 새끼를 매듭지어 다스렸는데 후세 성인이 이를 문자 기록법으로 바꾸었다. 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결승이치, 새끼를 매듭지어 다스렸다는 것이 바로 잉카 제국의 키푸와 비슷한 기록 방법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렇게 보면 동아시아 역시 한자의 발명 이전에는 잉카제국의 키푸와 비슷한 결승문자를 사용했던 시기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페루의 수도 리마. 태평양을 바라보는 지역에 만들어 진 도시이다. 잉카는 흔히 안데스 고원지대의 문명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 잉카 제국 자체는 태평양 연안지대를 포함한 남미의 알짜배기 지역을 차지한 문명이다. 물론 고원지대 자체는 초기 잉카제국이 일어난 곳으로 당시 큰 도시들은 고산지대에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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