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잡곡농경과 도작농경

by 초야잠필 2024. 9. 1.
반응형

잡곡농경의 대표 주자 조(왼)와 기장

 

잡곡농경은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는 잡곡농경이라고 부르지만 잡곡농경권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거나 되는 대로 재배해서 닥치는대로 입에 쳐넣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동아시아 잡곡문명권의 주곡은 조와 기장, 

그 중에서도 하나만 꼽자면 기장이다. 

따라서 잡곡농경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서직농경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 

기장이라는 곡식을 우습게 보는데 한 번만 쪄서 먹어보면 그 단맛에 이 곡식을 우습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기장은 맛이 옥수수와 비슷하다. 

쪄 내면 옥수수 향이 난다. 

잡곡농경은 되는 대로 아무거나 심어 닥치는 대로 수확해 먹고 사는 그런 화전민 농업이 아니다. 

기장을 주력으로 하고 다른 곡식과 채소를 보조적으로 재배하는, 따지고 보면 도작과 별 차이도 없는 농경사회이다. 

이 때문에 화북에서는 기장을 중심으로 한 황하문명이 꽃피고 장강유역에서는 도작 문명이 자라난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략 평양 일대에서 요동반도 남단 일대가 도작의 북방한계선으로 

그보다 북쪽 지역, 만주일대와 요하유역은 모두 잡곡지역이다. 

따라서 황하유역처럼 이 지역은 잡곡문명이며

초기 고조선 (이동설이 맞다면), 부여, 고구려는 모두 잡곡문명에서 일어났다. 

중국이 황하유역과 장강유역이 각각 잡곡문명과 도작 문명을 대표하듯이

한국 역시 부여-고구려와 한반도 남부가 각각 잡곡문명과 도작문명을 대표한다. 

거듭 거듭 말하지만 잡곡문명에 대한 우리의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잡곡농경은 초기적, 미성숙한 농경이 아니라 

그 자체가 완성된 농경이며 문명이다. 

황하문명을 잡곡 농경에 대한 이해 없이 파악이 불가능하듯이

초기 고조선, 고구려, 백제 역시 잡곡문명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해 불능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