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19 보건사태에 파리 한 마리, 모기 한 마리, 쥐새끼 한 마리 나타나지 않는 베네치아를 보며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저리 되어 봐야 소중함을 안다.
고 말이다. 그 직전 베네치아 주민들은 더는 관광객이, 외지인이 싫다며 NO TOURIST라는 말을 거리 곳곳에 붙이고는 노골과도 같은 오버투리즘 overtourism에 대한 투리즘포비아 tourism phobia, 곧 관광혐오증상을 드러냈으니, 내가 그 꼴을 보고는 저건 당해봐야 관광의 소중함을 안다 했거니와,
내 그런 저주를 하늘이 들었는지, 아니면 바이러스업계가 들었는지는 알 순 없지만, 그런 시절이 진짜로 도래할 줄은 내 어찌 알았으리오?
이번 보건사태에 전체가 lockdown에 가차운 지난 시절을 보낸 대한민국이 6일 이른바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나 자신이 문화계 최일선에서 그런 피바람을 부대낀 사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런지는 자신이 없지만, 내가 언제나 말하듯이 이런 찬바람이 가장 먼저 불어치는 곳은 사회 각 부분 중에서도 문화계라 했거니와,
다른 여타 이른바 경제 부문이 그런 피해양상이 구체의 통계수치로 집계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과 추상수치를 동반하지만, 문화계는 달라서 그 즉각적인 반응이 그날그날 순간순간 통계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하거니와, 예컨대 이 피바람 실체는 영화관관람객 추이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그랬다. 솔까 우리는 몰랐다. 말로만 문화 문화 문화했는데,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그 부문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체감하는 그런 시대를 맞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비극이 썩 보람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영화관?
솔까 묻거니와 평소엔 고마운 줄 몰랐자나?
이 지경이 되고 보니, 하늘길이 막히고, 세계 각지로 흩어졌던 그 지역 영주권 거주자, 혹은 아예 그쪽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까지 바리바리 대한민국으로 몰려든 마당에, 그런 복댁임에서 비로소 저들이 우리한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곳인지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그 소중함을 앞으로 다시 새기겠는가? 그런 날은 유사 이래 없었다. 물과 공기와 같아 물과 공기는 없어져봐야, 혹은 줄어봐야, 혹은 더럽혀져 봐야 그 소중함을 알기는 하겠지만, 그런 시절이 지나면 이내 그 소중함은 잊어버리듯이 우리 삶에서 문화란 그런 것이라고 나는 본다.
이번 보건사태 최일선에서 만신창이로 얻어터진 그런 문화부문이 가장 먼저 재기에 나선다. 그래 몸부림 맞다. 지난 몇달 텅텅 빈 영화관 공연장이 어찌 순식간에 들이차겠는가 마는, 그래서 만신창이 몸뚱아리 질질 끌고는 이제 다시 전진을 시작한다.
내일 생활방역 체계 전환를 앞두고 문화 부문을 이른바 순수예술에 해당하는 부문과 딴따라 계열 대중문화 부문 두 갈래로 크게 갈라, 그 재기의 몸부림을 정리해 봤다. 생활방역 전환이라 해서 저들 문화시설이 순식간에 빗장을 풀어헤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인공호흡기는 떼고 재활을 시작한 셈이다.
벌써 계절은 훈풍이 지나 열풍으로 변환한 무렵에 들어섰다.
덧붙여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외국에서는 락다운에 콘돔이 많이 팔렸다는데, 콘돔은 피임으로 가는 길 아닌가? 부디부디 이번 락다운 피리어드가 출생률 제고에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그런 통계치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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