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사 [삼국지]는 기전체 역사서이면서도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기전체란 중국의 [사기]와 [한서], 우리나라의 [삼국사기]와 [고려사]처럼 인물 중심의 본기와 열전을 중심에 놓고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에 비하여 연도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를 편년체라고 부른다. 중국의 [춘추]와 [자치통감],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과 [일성록] 이 이에 해당한다.
* 기전체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역사를 서술하기 때문에 제도사나 문화사, 또는 지리 변화 등에 소홀하기 마련이다. 이에 기전체에서는 다양한 [지(志)]를 두어 이를 적극적으로 보완한다.
우리는 [사기]와 [한서]의 각종 지리지, 예악지, 예문지, 직관지 등을 통해 당시의 제도, 지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다 기전체에는 연도를 나열한 표(表)도 들어가므로 역사의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종합 사서로 기능할 수 있었다.
* 정사 [삼국지]가 독특하다는 것은 표와 지가 없이 인물 중심의 본기와 열전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사 [삼국지]의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으로 보자면 독자의 입장에서 걸리적 거리는 다른 방해물 없이 바로 역사의 인물과 대면할 수 있으므로 역사의 재미 속으로 들입다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사 [삼국지] 편찬자 진수가 벌써 1800여년 전에 현대 독자들의 조급증을 예상하고 이렇게 썼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물론 진수는 표와 지를 모두 갖췄는데 후대의 전승 과정에서 표와 지가 사라졌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수서.경적지]에 현행 판본과 같은 정사 [삼국지] 65권이 기록되어 있으므로, 본래 표와 지가 없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 본기와 열전으로만 이루어진 정사 [삼국지]가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당시 인간들의 집적물인, 제도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골치거리로 작용해왔다.
중국 역대 역사학자들은 정사 [삼국지]의 이런 결함은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삼국의 [직관지], [예악지], [예문지], [지리지] 등을 편찬하여 정사 [삼국지]를 보충하곤 했다.
* 이번에 내가 정사 [삼국지.배송지 주]를 완역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특히 당시의 각종 지명을 현대 지명으로 표기하는 일이 예상보다 매우 어려웠다.
정사 [삼국지]에는 지리지가 없기 때문에 당시 지명의 구체적인 장소를 비정하기가 매우 곤란했기 때문이다. 또 그 지명에 대한 기존 학설에도 상이한 견해가 많아서 정확하게 확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연유로 완역을 끝낸 뒤 지명만 다시 점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여러 자료를 다시 참고하여 거의 전체 지명의 1/3 정도를 수정했다. 이는 편집 교정 과정에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다.
* 전체 지명만 따로 정리해보니 한글 기본 포멧 A4용지 30쪽에 이른다. 부록권을 따로 단행본으로 펴내야 하는 이유다.
이외에도 부록권에는 연표, 관직표, 이미 사라진 도서 해제, 계보도, 지도 등도 들어갈 예정이므로 이번 [삼국지.배송지 주] 완역본은 나름대로 기존 청사 [삼국지]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그 결함과 단점을 보완하는 판본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100%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계속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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