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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관련 국제학회&학술지

제3차 동남아시아 고고학회 참관기 : 태국 방콕 (4)

by 초야잠필 201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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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학 연구실)


인류역사에서 도시생활이 시작되면 그 자체가 사람들 건강과 질병양상에 큰 변화를 부른다. 조선시대 한성부는 인구 20만의 대도시로 그 자체가 질병을 부르는 온상의 측면이 있다. 


의과대학 연구실인 우리가 고고학자-역사학자들과 그 동안 함께 했던 연구는 조선시대 미라, 고기생충, 인골 연구 등 다양한 주제가 있었다. 이런 연구들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어 초창기보다 연구의 양과 질적 측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들어 본 연구실과 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도시생활과 질병"이다. 

우리는 사람의 질병이 어느시대건 거의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신석기시대와 요즘 21세기 사람들을 비교해 보자. 인류학적 연구 결과로는 이 두 집단의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는 모두 현생인류에 속하지만 건강과 질병상태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 

신석기 시대 사람과 현대인의 상이한 질병 양상을 묘사한 그림. 시대가 달라지면 질병의 패턴이 바뀌는것은 잘 알려져 있다. 좋은 의료 혜택을 받고 사는 현대인은 옛 사람들 보다 질병에 더한 걱정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옛날에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던 질병을 요즘사람들만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역사적으로 사람들 생활이 변화함에 따라 건강과 질병 양상도 함께 변화를 겪게 되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예를 들어 수렵채집 시대와 농경이 시작 된 이후의 기생충 질환 양상의 차이. 생각해 보면 수렵채집으로 먹고 살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기생충 감염이 더 심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것이 고기생충학자들의 시각이다. 안정적인 정착생활이 유지되어야 기생충이 재감염되어 감염률도 올라가게 마련인데 수렵채집 시대에는 주거지를 자주 옮겨 다녔으므로 기생충 감염의 기회가 농경이 본격화한 시대에 비해 높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수렵 채집 시대 (위 그림)와 농경이 시작되어 정착생활을 하게 된 시대 (아래 그림) 사람들의 상이한 기생충 감염 양상을 그린 그림. 수렵채집시대에 비해 농경이 시작되면 정착생활이 지속되어 토양을 매개로 기생충이 감염될 기회가 훨씬 올라간다.  


그렇다면 도시생활과 전원 생활은 어떨까. 인류사에서 그 동안 수많은 도시가 생겨났고 사라졌다. 사람들이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모여살게 되면서 건강상태와 질병양상도 역시 변화를 겪지 않았을까. 이것이 최근 우리 연구실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이를 연구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론이 있겠지만 우리 연구실은 최근까지 몇년 간 발굴 현장에서 고고학자분들 도움을 얻어 옛 도시 지역에서 고기생충학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전에 서울 지역-조선시대 한성부에서 수행했던 고기생충학 연구가 그 한 예이다. 

우리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지역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지역이다. 이 고대 도시에서 발굴이 이루어질 때 마다 달려가 현미경 검경 시료를 얻었고 이를 통해 상당히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부여 지역에서 도움을 주신 정훈진, 심상육 선생께 감사의 뜻을 표한다). 


부여 쌍북리 발굴현장에서 시료 채취를 준비하는 단국대 김명주 교수.

부여 막국수-. 심상육, 정훈진, 김용준 선생


이렇게 몇년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발굴현장을 기생충학적으로 조사해 보면 과거 인구밀도가 많이 높던 지역-결국 도시지역-은 그렇지 않았던 지역과 비교하여 토양의 기생충란 오염 정도가 매우 높다는것이다. 

토양매개성 기생충란의 오염정도가 높다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살던 주민의 기생충 질환 감염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볼때 도시생활과 전원생활이 보이는 질병양상의 차이의 일 단면을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여 발굴현장의 한 지역. 백제시대 사비성 지역은 도시외곽과 비교하여 기생충란 토양오염 정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도시 지역에 기생충란 오염 정도가 매우 높다는 점은 여러군데에서 확인되었는데 부여 지역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조사되었다. 


자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볼때 도시지역의 질병감염 양상은 우리나라 아닌 다른 나라라면 어떨까. 

우리 연구실은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 다른 지역을 계속 주시하였다. 


시베리아 원주민이 먹던 일상식. 날생선과 날고기가 주류이며 농사를 짓지 않으므로 곡물 섭취가 극히 적다. 이러한 식생활은 농경민과는 전혀 다른 기생충 감염 양상을 낳았다


가장 먼저 관심을 둔 지역은 시베리아 툰드라-북극권 지역. 여기는 언젠가 한번 소개하겠지만 러시아 과학원 소속 북방연구소와 같이 공동연구 작업을 수년째 한다. 이곳에는 Sergey Slepchenko 박사라는 양반이 고고학 발굴현장 시료로 고기생충학적 연구 조사활동을 계속한다. 

이 지역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은 정보는 이렇다 할 만한 도시 지역이 드물고 농경도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툰드라-북극권은 우리나라와 같은 농경문화권과 기생충 감염양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간략히 요약하면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인 토양매개성 기생충-회충-등이 많이 보이지 않는 대신 날 생선 등을 섭취했을 때 걸리는 흡충류가 훨씬 많이 관찰된다는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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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미라 연구, 기생충학 연구 등 이 지면을 통해 그 동안 계속 소개한 것 처럼 우리 연구실은 고고학자-역사학자들과 함께 과거 우리 조상들의 "건강과 질병 상태"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간추려 어떤 학회에서 발표했던 동영상이 아래에 있다. 관심있는 분은 한번 보시되 볼륨은 줄여 놓고 영상만 보시기를. 필자의 발음은 별로 좋지 않다. 

Molecular Paleontology / Paleogenomics - Dong Hoon Shin, Seoul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from Kavli Frontiers of Science on Vimeo.


고고학 자료로부터 과거 사람의 건강과 질병 상태를 연구하는 우리 연구실 작업 성과를 간추려 미 국립과학원-한국과학원에서 주최한 Kavali_Frontiers of Science라는 초청 행사에서 발표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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