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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HISTORY

책력 혹은 역서, 시간의 독점

by taeshik.kim 2018.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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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제왕의 독점물이었다. 공간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책력은 오직 제왕의 이름으로 공포되었으며, 지리지 역시 그러했다. 임진왜란은 그런 시간을 군주로부터 강탈한 사건이다. 

심수경(沈守慶․1516~1599)의 《견한잡록(遣閑雜錄)》에 보이는 이야기다. 

역서(曆書)는 국가의 큰 정사로, 중국에서는 매년 역서를 반포한다. 우리나라도 역서를 만드는데 중국과 비슷하여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오직 주야(晝夜)에 있어서 중국은 극장(極長)이 60각인데 우리는 61각이며, 중국은 극단(極短)이 40각인데 우리는 39각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한쪽에 치우쳐 있어 해가 뜨는 동쪽과 가까우므로, 1각의 가감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항상 이것을 주자(鑄字)로 인쇄하여 중외(中外)에 반포하였는데, 임진년 여름에 왜구가 도성(都城)을 함락하여 모든 역기(曆器) 등의 물건이 깡그리 없어지게 되었다. 그해 겨울에 의주(義州)로 따라갔던 일관(日官) 몇 명이 우연히 《칠정산(七政算)》과 《대통력주(大統曆註)》등의 서적을 얻어 계사력(癸巳曆)을 만들어서 목판으로 몇 권 인쇄하여 반포하였다. 계사년 겨울에 성상이 환도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옛날 역서(曆書)를 인쇄하던 주자(鑄字)를 얻어 바치므로 옛 역서에 의하여 인쇄 반포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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