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조선 초에 발생해 이후 유행하는 긴 사설형 운문형식 우리말 노래를 가사歌辭라 하고, 그를 둘러싼 문학 환경 전반을 가사문학이라 하거니와, 이에 대한 명칭으로 가사라는 게 과연 적당한지 나는 모르겠다.
심수경(沈守慶․1516~1599)의 《견한잡록(遣閑雜錄)》에는 면앙정가에 대한 평이 보이거니와 그에서는 그냥 '이어장가俚語長歌'라고만 했다.
근세에 우리말로 장가(長歌)를 짓는 자가 많으니, 그 중 송순(宋純)의 면앙정가(俛仰亭歌)와 진복창(陳復昌)의 만고가(萬古歌)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흡족하게 한다. 면앙정가 줄거리를 보면 아늑한 산천과 널찍한 전야의 모양과 높고 낮은 정대(亭臺), 휘돌아드는 지름길, 그리고 춘하추동 사시와 아침저녁 경치를 두루 기록하지 않음이 없는데, 우리말에 한자를 써서 그 변화를 지극히 하였으니, 진실로 볼 만하고 들을 만하다. 송공(宋公)은 평생 동안 가사를 잘 지었는데, 이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잘된 작품이다. 〈만고가(萬古歌)〉는 먼저 역대 제왕(帝王)의 현부(賢否)를 서술하고, 다음에는 신하들의 현부를 서술하였는데, 대개가 양절 반씨(陽節潘氏)의 논(論)을 본받아서 우리 말로 가사를 짓고 곡조를 맞추었으므로 또한 들을 만하다. 사람들은 진복창이 삼수(三水)에서 귀양살이할 때 지은 것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재주가 덕(德)보다 나은 자라 하겠다.
近世作俚語長歌者多矣。唯宋純俛仰亭歌。陳復昌萬古歌。差强人意。俛仰亭歌則鋪敍山川田野幽敻曠闊之狀。亭臺蹊徑高低回曲之形。四時朝暮之景。無不備錄。雜以文字極其宛轉。眞可觀而可聽也。宋公平生善作歌。此乃其中之最也。萬古歌則先敍歷代帝王之賢否。次敍臣下之賢否。大槩祖述陽節潘氏之論。而以俚語塡詞度曲。亦可聽也。人言復昌謫在三水時所作。眞所謂才勝德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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