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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페루 쿠스코 제11차 Mummy Congress 보고(7) 잘 설계된 마무리

by 신동훈 識 202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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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몇 년간 필자는 웻렙의 폐쇄, 드라이랩으로의 전환, 

그리고 조선시대 미라 및 고고기생충 연구의 정리 작업 등 

몇 가지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페루 학회는 필자로서는 전혀 기획된 것이 아니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마치 기획한 것처럼 마무리 작업의 하나로 끼어들게 되었다. 

필자는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 세계구급 국제학회의

keynote speech나 plenary lecture를 해보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정말 세계구급일지는 알수 없겠지만 아무튼 동료 연구자들 사이에서 나름 존중받는 학회에서 

그 비슷한 작업을 하고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아마도 필자가 처음 출발했던 자리, 그리고 필자 개인의 능력으로 볼 때  

이 정도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 반대 쪽까지 가서 발표를 하고 돌아오다 보니 

필자의 그동안 판단이 정확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미 국제학계에서도 세대 교체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지금은 학회를 나가면 필자의 논문을 읽은 세대들이 알아보겠지만

이것도 5년, 10년 지나고 나면 완전히 필자가 잊혀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필자는 공부를 업으로 하고 그것이 재미있 어서 지금까지 그 일을 하면서 살아온 터라

앞으로도 필자의 머리가 돌아가는 한은 책을 읽고 글을 쓰겠지만, 

조선시대 미라나 고고기생충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작업은 앞으로 단행본 2-3권이 더 나와 완전히 마무리 될 것이고, 

그 후에는 뭔가 다른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한다. 

어쨌건 연구자로 입신하여 여기까지 온 데는 필자의 능력과 입지로서는 최선이었던 바, 

지금 젋은 연구자로 시작하는 분들은 필자보다도 훨씬 나은 업적을 가지고 인생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조선시대 논문을 쓰면 그 시대 설명부터 해야 하고, 

Joseon 하고 Chosun이 같은 나라냐라고 묻는 심사위원 질문에 답을 했던 시대 하고, 

빌보드 1위의 노래에서 조선시대 갓을 쓰고 뛰어다니며 노래부르는 시대-. 

출발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아마 필자라도 지금 출발선에 섰다면 훨씬 큰 꿈을 꾸고 연구를 하며 살았을 것 같은데, 

필자가 거친 출발선에서라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 미라와 고고기생충학에 대해서는 남은 몇 개 작업을 끝으로 후속 세대에 미련 없이 바톤을 넘긴다. 

 

쿠스코 시내 오고가던 길 어느 골목의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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