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이런 믿음이 학계에까지 퍼져 있는 경우를 본다.
한국사의 무신정권은 외형상 일본 무가 정권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 한가지 예로 한국의 무신정권은 무가정권처럼 기존의 군주를 정점으로 한 왕권과 완전히 독립해 있지 않아 완성된 무사정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그런가?
이런 설명을 할 때 모델이 되는 일본의 "무가정권"이라면 에도막부인 경우가 많다.
이 시대는 헤이안시대부터 내려오는 공가와 완벽히 분리된 행정조직으로 지방까지 통제하는 막번체제가 정비되어 일본사 무가정권의 최종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 시대와 비교하면 당연히 무신정권은 뭔가 함량미달이 되겠다.
하지만 일본의 무가 정권에는 에도 막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마쿠라 막부 이전에는 헤이시정권이 있었는데 이들은 현재 최초의 무가정권으로 인정받는 추세이지만 일본의 왕권을 완벽하게 보호막으로 끼고 있었다.
독자적인 관료기구도 없었고 기존의 율령체제하의 관위제에 얹혀 있었고, 이들은 후지와라씨처럼 덴노 가와 혼인으로 결합하여 어린 덴노를 자신의 세력의 토대로 삼고 있었다 (안토쿠 덴노).
가마쿠라 막부는 성립 이후 쿄토정치에의 오염을 경계하여 간토 지역인 가마쿠라에 막부를 개설했지만, 후대의 에도막부의 막번체제와 비교하면 지방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도 약했다.
무로마치 막부는 아예 막부를 쿄토에 열어 덴노를 끼고 있었고 실제로 막부가 제대로 기능한 기간도 70년 밖에 되지 않는다.
무로마치 막부의 전반기는 남북조시대, 후반기는 전국시대에 걸쳐 있어 에도시대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한국에서 무신정권은 일본의 무가정권과 다르다고 할 때, 그 비교대상을 맘대로 에도막부로 정해 놓고는 이와 다르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한국의 무신정권은 국왕을 끼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별도의 행정기관도 가지고 있었고 정권의 유지에 국왕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에도막부와 같다고까지는 하기 어렵겠지만, 일본사의 다른 무가정권과는 방불한 것이 한국의 무신정권이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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