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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화장실을 장식한 볼로냐의 석조문화재

by taeshik.kim 201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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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o Civico Archeologico..무제오 치비코 아르케올로지코라고 읽는다. 옮기면 시립고고학박물관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가 운영하는 곳인가? 그 명판 아래에 보면 Comune di Bologna 코뮤네 디 볼로냐라고 했으니, 볼로냐 자치시라는 뜻이거니와,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 고고학 박물관이다. 이곳을 정하고 찾지는 아니했다. 이런저런 곳 둘러보고는 이제 볼로냐가 물릴 무렵, 다음 행선지로 옮기는 길에 시간이 좀 남아 어슬렁거리다간 우연히 저 간판 마주하고서는 들어갔다. 



마침 내부 공사 중이라고 미안해 하면서, 이집트 콜렉션을 보겠느냐 한다. 유서 깊은 유럽 웬만한 박물관이라면, 이런 이집트 콜렉션은 거개 다 있다. 이들에게 이집트 컬렉션은 그 역사 전통의 유구함을 증언하는 필수품 같아, 없으면 왠지 모르게 와꼬 죽는 그런 코너이거니와, 다행인지 이 박물관엔 그런대로 고르게 구색을 갖춘 이집트 컬렉션이 있으니, 자세히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어느 독지가가 생평 모은 것들을 몽땅 기증한 것이라 한 듯하다. 개중에는 악어 미라도 있다. 





보니 컬렉션 규모가 상당하다. 이것만으로도 이집트 고대사를 개괄할 만한 수준이다. 리모델링 중인 까닭에 둘러본 공간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니, 이집트 컬렉션 외에도 이탈리아, 특히 볼로냐 지역에 초점을 맞춘 이탈리아 고고학사를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고고학도들을 중심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이 어떤 유적을 발굴해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를 작은 섹션별로 구분한 코너가 있었다. 나로서는 이 코너가 심히 마음에 들었지만, 찬찬이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죽 훑은 바, 이것만으로도 이탈리아 근현대 고고학 흐름이 한눈으로 감지되는 그런 교육효과는 다대한 공간이었다. 




이처럼 이 코너는 해당 고고학자별로 그들이 남긴 육필 원고와 그들이 실제로 발굴한 성과를 그 유물과 유적 중심으로 적절히 안배해 정리했다. 이 박물관에 대해서는 차후 자세한 소개를 꾀하기로 하고, 오늘 내가 정작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물관 전시기법이다. 


유럽 지역 역사가 웬만큼 되는 박물관 미술관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박물관 미술관이라면 왠지 모르게 삐까번쩍한 최신 현대식 건물일 법한 데는 단언하지만 단 한군데도 없다고 보아도 좋다. 내가 싸질러 다닌 세계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 현대식 시설의 완비라는 관점에서 지금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현대성과 규모에서 중국을 따라갈 데가 없다. 중국의 박물관 미술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되거니와, 적어도 성급 박물관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중국의 박물관 미술관은 그 규모가 압도하고, 나아가 그 현대적 설비 역시 이를 따를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이들 중국 박물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압도한다. 


그 뒤를 한국이 따른다. 한국 역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필두로 그 산하 지방국립박물관과 공립박물관, 미술관 등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시시설과 전시기법이 뒤질 데가 없다. 


하지만 유럽으로 가면 사정이 딴판이다. 제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박물관 미술관이라 해도, 그 박물관 미술관 건물 자체가 대부분 문화재인 까닭에 전시기법이 훌륭한 것도 아니요, 설비 또한 여전히 전근대에 머무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브리티시 뮤지엄이라 해서 별다른 구석이 없다. 루브르박물관이라 해서 삐까번쩍할 것이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저들은 유물을 흩어뿌리기한 데 지나지 않으며, 전시기법이라 해서 별 본받을 만한 구석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전시 설비가 현대적인가? 총괄하면 개판이거나 개판 일보전이다. 진열장은 더 개판이라, 유리엔 먼지 투성이요 손때 덕지덕지하고, 조명시설 역시 개판을 넘어 아수라장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저들이 자상하기나 한가? 유럽 상당수 미술관 박물관은 작품 설명이 없는 곳이 허다하다. 



보다시피 이 볼로냐시립고고학박물관은 저 많은 석물에 해당 유물 안내판이 전연 없다. 알아서 보라 한다. 뿐이랴?



수장고 시설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로되, 유물을 갖다 놓을 곳이 없어 화장실 앞에다가 쳐박아 놓았다. 우리 같으면 저리 전시했다가는 관장 모가지가 열 개라도 성하지 못하다. 소중한 문화재를 이리 대하느냐 불호령이 떨어지고, 시민단체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들쑤시고 난리일 것이다. 저들이 문화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낮아 저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몹쓸 짓을 한다고 아무도 말하지 아니한다. 


나는 언제나 문화재 숭엄주의가 주는 패악을 말하곤 한다. 이 숭엄주의가 지나치게 강고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그 숭엄주의가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과는 전연 동떨어지게, 문화재를 질식케 하는 역설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뭐 저기서도 Do not touch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보이기는 한다만, 좀 만지면 어떻고, 손때를 좀 타면 또 어떤가? 또 좀 깨져 나가면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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