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계성리 절터서 남한 최초 육각형 건물 흔적 확인(종합)
송고시간 | 2019-09-30 09:34
고려 전기 금당(金堂) 추정…한 변 길이 5.4∼5.7m
북한 금강산 정양사 법당터도 육각형…"비교 연구 필요"
어제는 굵직한 발굴소식이 유독 몰려 상대적으로 홀시당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강원도 화천 계성리라는 곳에 있는 옛 절터 발굴도 주목할 만하니, 다름 아니라 이곳에서 비록 추정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국내에서는 유례가 거의 없는 평면 육각형 금당터가 드러난 까닭이다.
이 육각형 출현 소식을 실은 나는 다른 경로를 통해 들었으니, 그 소식을 전한 누군가가 화천에서 이런 게 나왔다는데 날더러 같이 갈 의향이 있으냐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이곳이 DMZ인가에 위치하는 관계로, 들어가려면 미리 군 당국에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육각형 건물터
현직 문화부장이 평일에 자리를 비울 수도 없거니와, 마침 가자는 그날 문화재 담당기자도 지방 출장으로 가야했으므로, 가서 보시고 감상평이나 부탁한다는 말로써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발굴현장 가 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이 소식이 문화재청을 통해 언제 공포될지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마침 그런 소식이 들려왔다. 발굴조사단인 강원고고문화연구원(원장 지현병)이 배포한 관련 사진들과 발굴도면을 볼 적에 이 육각형 건물터가 그것이 발견된 전체 건물터가 사찰이라면, 금당 자리일 수밖에 없다.
이를 보면 하늘색으로 선을 그은 2호와 3호 건물지는 동서 회랑이 아닐까 하는데, 금당 전면으로는 석등 한 세트가 있던 자리와 탑이 있던 자리가 드러났고, 다시 그 전면 석축을 관통하는 중문터가 있다.
조사단 전언에 따르면, 육각형 추정 금당터는 기단 한 변 길이가 5.4∼5.7m이며, 적심積心 지름은 1.8∼2.2m라 한다. 기단을 기준으로 추산한 내부 면적은 약 88.2㎡.
이런 평면 정육각형 전통시대 건물이 분명 희귀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기억한다. 조사단은 북한 금강산 정양사正陽寺를 비교대상으로 들었으니, 이곳에서 석조 본존불(약사불?)을 모신 약사전 법당이 육각형임을 주목한다.
이런 육각형 건물이 들어선 시기로 조사단은 고려 초기를 들었다. 그런 육각형 건물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 폐기되고, 조선시대에는 정면 3칸·측면 3칸인 사각형 건물(면적 132.7㎡)이 들어서면서 그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평면 사각형이 대종을 이루는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상대적으로 건축이 쉬운 까닭이다. 요새 짓는 전통 정자는 팔각형이 주류지만, 이 팔각형은 전통시대를 더욱 거슬러올라가면 신성성이 특히 강해 종묘 혹은 그에 버금하는 의례 건축에 적용되곤 했다.
신라 신궁임이 확실한 경주 나정터 발굴 팔각형건물터가 그런 증거다.
단면 육각형은 더 드물었다. 이 역시 신성성을 강조하는 수법에서 채택한 것이니, 딱 봐도 사각형에 견주어 이채롭지 아니한가?
중문터. 중문이란 결국 남대문인데, 보다시피 비실비실하다.
한데 이건 짓기가 더 지랄맞다. 덧붙여 팔각형과 비교하면 팔각형은 실은 엄밀히는 팔각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곧잘 원형으로 인식한다. 시중에 떠도는 우산이나 양산 대종은 살대가 8개인 팔각인데, 다들 둥근 우산이라 하는 거랑 인식체계가 같다고 보면 된다. 그에 견주어 육각은 사각도 팔각도 아닌 어중간이다. 그래서 인기가 더 없었는지도 모른다.
사각 팔각 얘기 나온 김에, 동아시아 전통 천문우주론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해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인식 체계가 근간을 이룬다. 불교건축에서 바닥 쪽을 대개 평면 사각으로 조성하고, 그 꼭대기 찰주 머리에다가 둥근 보주를 꼽는 이유도 이 발상에서 비롯한다.
정양사 약사전 석조불...이 불상 좌대 바닥을 보면 육각형이다.
육각형 금당 건물 출현이 이채롭긴 하지만, 나는 돌출은 아니라고 본다. 나름대로 그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로대, 아마도 팔각 혹은 그 변형인 원형으로 구현하고자 하다가 육각으로 낙착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실제 저 육각 건물은 팔각으로 보아야 하며, 더 나아가 원형 건축물로 봐야 할 성 싶다.
정양사 약사전
First Buddhist Hexagon Building Site in South Korea
Dating to Early Goryeo Period, 5.4 ~ 5.7m on one side
A hexagon building site was found for the first time in South Korea in Gyeseong-ri, Hanam-myeon, Hwacheon-gun County, Gangwon-do Province.
Considering the excavated artifacts, the building is believed to have been built during the early period of the Goryeo Dynasty.
Archaeologists from the Gangwon Research Institute of Archeological and Cultural Properties have discovered the traces of a hexagonal building site, a stone stupa, two stone lanterns, and the south gate.
The Gyeseong-ri stone lantern from the Goryeo Dynasty period were removed about 200 meters away from the original location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rule.
The hexagonal building found in the north central area of the temple area appears to bave been the main hall of the temple, which its name is yet to be known.
A pile of crushed stones was found in the center of the building site, which appears to be a foundation facility for placing a Buddha upon it.
The length of each side of the hexagonal site is 5.4 ~ 5.7m, and the estimated internal area is about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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