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나는 면천免賤이 우리의 욕망과는 달리 해방이 아니라 질곡의 시작이라는 말을 했거니와
왜 그런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보기가 바로 저것이라.
근대 국민국가로 병역의 의무는 그 국민국가 주인한테 부과한 의무 중 하나라, 이는 겉보기와는 달리 실상 징병제 국가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며, 모병제도 관통한다.
모병제는 실상 대속代贖의 일종이라, 내가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 국가에 군대가 없을 수는 없으므로, 그 군대를 지탱하는 책임을 다른 방식으로 진다.
그것이 옛날처럼 군포로 납속하는 것이 아니라 요새는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부담하지만, 누구나 다 국민이라면 군역의 의무를 진다.
저 군역이 특히 문제가 되는 데는 징병제 국가라, 동서고금 이래 이 군역을 자발로 지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아 물론 그런 정신에 투철한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이것도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은 그런 사명은 오직 특권과 연봉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군인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특권이 없다면 누가 미쳤다고 지 돈 내고, 지 시간 낭비하며 군대에 쳐박히겠는가?
군대를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그 의무를 대체하는가?
선택하라면 당연히 저런 특권 수혜가 없으면 모조리 후자를 고른다.
면천이 축복이며 해방?
전근대에 저 면천은 실은 저주다.
어느 왕조건 시간이 흐르면서 전근대에 노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그런 신분을 양산하는 제도의 뒷받침도 있겠고 그것이 크기도 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자발성이다.
면천이란 곧 군역의 의무를 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저 시대 월급도 주지 않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총알받이인 군대 생활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면천이 왜 저주인가가 실상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노골하는데, 여전히 저 제도는 엄존한다고 안다.
6개월 석사 장교니 하는 특혜제도는 거의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구멍은 숭숭 뚫려서, 그것을 면제해주는 조항이 얼마든 있으니,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한테 부여하는 면제를 떠올리겠지만
우리가 저 전근대에서 면천이 지닌 치명적 함정은 실상 저 방위산업체 근무랑 딱 맞아떨어진다.
저 방위산업체 근무는 대체로 자연과학도들이 해당하며, 해당 업체도 엄격히 정해져 있겠지만, 또, 저런 압제도 싫다 해서 기간이 더 짧은 군대생활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나한테 선택이 주어진다면, 곧 군대를 갈 것인가 방위산업체를 갈 것인가를 양자택일하라면, 내가 미쳤다고 군대를 가겠는가?
면천이라는 바로 이런 것이다.
더구나 군대도 가지 아니하고, 적지 않은 월급까지 따박따박 받는다는데 내가 미쳤다고 군대를 가서 박박 기겠는가?
왜 평민이 자발로 권문세도가한테 기어들어가 자발로 노비가 되고 머슴이 되는가?
저 선택을 생각하면 이해가 한결 깐쫑하다.
면천이 해방?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그건 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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