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一飯皆是國恩[일반개시국은]"...문제가 된 유홍준 개인 소장품으로 그 자신이 오야붕으로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인의 밥상 전에 독립운동가 글씨라 해서 선보였다가 실은 친일파 글씨라 해서 철거된 족자로, 저 문구 중에서 皆자를 뺀 "一飯是國恩"이라는 글씨가 등장한다.
이를 애초 전시할 적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성 기허 영규 대사가 임란 의병을 모집할 때 구호라 해서 소개한 모양이라, 이 유묵은 실상 저 전시 취지와는 전연 어울리지 않는다.
한 그릇 밥도 야지리 국가의 은혜라는 뜻이라, 내셔널리즘적 색채가 농후하거니와, 실은 음식과는 전연 관계가 없고, 이 목숨 털끝 하나까지 모두 국가가 주신 것이라는 나치즘적, 파쇼적 발상이다.
오직 그 족자에 飯이라는 글자 하나 들어갔다 해서 우격다짐으로 나까마 유홍준이 밀어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저 말 출처!
저 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한문으로 따져 비문법적이라는 구석은 없지만은 그렇다 해서 순전히 한문이다? 뭔가 좀 모자란다.
이럴 때 우리가 쓰는 말이 콩글리시다. 그래 맞다! 저 말은 콩글리시에 가까운 한문이다.
순한문 흉내를 내기는 했지마는 한문을 잘하는 사람이 쓴 문장으로 보기 힘들고 콩글리시 색채가 농후하다.
그런 까닭에 저 말은 한국식 한문이라, 분명 한국에서 작성한 문건에나 보일 만한 구절은 맞고 그런 점에서 영규 대사 말을 그대로 옮김했을 때 저리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저 말을 영규 대사가 했다는데, 도대체 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진짜로 내가 살피지 못한 영규 대사 말인가?
검색기를 돌리다가 쉬 걸리지 않아 처음엔 내가 실수를 했다가 지인 도움을 빌려 선조실록에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선조실록 29권, 선조 25년 8월 26일 癸丑 1/4 기사 /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에 다음과 같이 전황을 보고하는 장면에 보이거니와
또 아뢰기를,
"어떤 중이 충청도에서 의병을 일으키면서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이다.’ 하고는 그 무리를 불러 모아 지팡이를 들고 왜적을 쳤다고 합니다."
하고, 신점(申點)은 아뢰기를,
"영규(靈圭)라는 자가 있어 3백여 명을 불러 모으고서 ‘우리들이 일어난 것은 조정의 명령이 있어서가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자는 나의 군대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니, 중들이 다투어 스스로 앞장서서 모이어 거의 8백에 이르렀는데, 조헌(趙憲)과 함께 군사를 합하여 청주(淸州)를 함락시킨 자가 바로 이 중이라고 합니다." 하였다.
[又曰: "有僧擧義於忠淸曰: ‘一飯皆是國恩。’ 召募其徒, 擧杖擊賊云。" 申點曰: "有靈圭者募得三百餘人曰: ‘吾等之起, 非有朝廷命令。 若有畏死之心者, 勿入吾軍。’ 僧徒爭自先募, 幾至八百, 與趙憲合兵, 復拔淸州者是僧也云。"]
극심한 당쟁의 산물인 선조실록은 훗날 뜯어고친 수정선조실록이 있거니와, 두 판본을 대비해야겠지만 이에서는 저런 표현이 저에서 보인다는 사실만 확인해 둔다.
문제는 저 구절을 누가 어찌 봤기에 족자에다 따다 썼을까다.
누가 선조실록을 죽 읽다가 그것이 마음에 든다 해서 초록해 둔 것을 봤단 말인가?
도대체 나로서는 이해 불가다.
그건 그렇고 저 말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놀랍게도 이백과 더불어 당시를 양분한 그 유명하신 분 두보님 시구에 닿는다.
"一飯不忘君"
한 그릇 소반이라도 그걸 먹을 때마다 임금님 은혜를 잊지 못한다.
바로 이 구절이 뿌리다.
물론 이조차 근원을 따지면, 멀리 좌전과 사기에 보이는 “一饭之恩"이라는 말로도 소급될 수 있겠지만, 이 경우는 의미가 달라서 한 그릇 밥이라도 얻어 먹었으면 그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조선 말 고종 때 인간한 조선 중기 조극선趙克善(1595년~1658년) 문집인 야곡선생집冶谷先生集 권 제7에 수록된 삼관기三官記에는 "一飯皆君賜也"라는 표현이 보인다. 밥 한 그릇도 모두 임금이 내리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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