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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5

스님은 좋은데, 속인은 싫은 낙엽 내 세대 낙엽의 계절엔 "시몽 너는 아느냐" "시몽 너는 좋으냐" 운운하는 무슨 시인지 뭔지가 유행했으니, 저 말 뒤에는 "오빠 믿어봐, 손만 꼭 붙잡고 자마"라는 말이 나왔지만, 글쎄 꼭 그 때문은 아니었을 터이나, 짓밟히는 낙엽이 내는 바스락이는 거리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더랬다. 한데 이 낙엽도 낙엽 나름이라, 더구나, 주거 환경이 급속도로 변함에 따라, 그에 따른 급격한 도시환경 변화는 종래와는 사뭇 다른 낙엽 문화를 낳았으니, 낙엽에 미끄러져 초대형으로 발전하는 안전사고 역시 심심찮게 되었다는 것이니, 물론, 이 도시화 혹은 산업화 이전에도 이런 일이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아스팔트는 그나마 표면이 까칠하니 나은 편이지만 보도블록이나, 그에 난 계단은 맨질맨질한 일이 많아, 특히 비가 내리거나.. 2018. 11. 21.
마른비처럼 쏟아지는 낙엽 한시, 계절의 노래(212) 낙엽(落葉) [宋] 애성부(艾性夫) / 김영문 選譯評 맑은 서리 즈믄 숲 마르게 하니 누런 잎이 만 가지 춤 추려 하네 한밤 내내 북창에서 잠 자는데 마른 비 오는 소리 우수수 들리네 淸霜槁千林, 黃葉欲萬舞. 一夜北窗眠, 瀟瀟聽乾雨. 서리 맞은 단풍 잎은 이제 곧 천지 간을 휘돌며 찬란한 춤을 출 것이다. 양만리에 의하면 그건 하늘 술을 훔쳐 먹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는 단풍의 취후(醉後) 난무(亂舞)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술주정에 어찌 밤낮이 따로 있던가? 하지만 단풍잎의 술주정은 폭언과 폭행이 아니다. 천지를 가득 채우는 오색 춤사위와 창 너머 들려오는 쓸쓸한 비 소리다. 그 비 소리에는 물기가 없다. 마른 비 즉 건조한 비다. 그것도 민폐라면 민폐다. 사람들의 마음.. 2018. 11. 1.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李孝石, 1907~1942)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다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 제일 귀찮은 것이 벽의 담쟁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연돌(煙突)의 붉은 빛난 남기고 집 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 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지릅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게 단풍이 드.. 2018. 10. 27.
낙엽은 기력 잃은 나무 탓이요, 애꿎은 바람 원망말지니 한시, 계절의 노래(208) 낙엽(落葉) [明] 주초(朱樵) / 김영문 選譯評 초록 잎새 그림자겹겹이더니 가을 오니 쑥덤불 따라굴러가누나 나무에 기댈 힘없는 탓이니 함부로 서풍을원망치 말라 綠葉影重重, 秋來逐轉蓬. 自無依樹力, 莫謾怨西風. 가을은 뭐라 해도 낙엽의 계절이다.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은 「구변(九辯)」이란 초사 작품에서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다! 나뭇잎 떨어져 스러짐이여!(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라고 탄식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한시 작품 중에서 ‘슬픈 가을(悲秋)’의 원조라 할만하다. 당나라 두보는 「높은 누대에 올라(登高)」라는 칠언율시에서 “가 없는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끝 없는 장강은 콸콸콸 흘러오네(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라고 읊었다... 2018. 10. 25.
가을바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낙엽(落葉) [조선] 김우급(金友伋·1574~1643) / 기호철 譯 낙엽이 누구에게 말을 하는 듯한데 落葉如和語요즘 사람은 어리석어 듣지 못해요 今人聽不聰희미하게 들려오는 몇 마디 소리는 依微多少響온통 가을바람 원망하는 말뿐예요 無乃怨秋風(《추담집(秋潭集)》 권3) 2018.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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