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엄경수3

소일에서 부여잡은 쥐꼬리 소명 육체적 고난에서 해방한 요즘은 되도록이면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정하지 않으려 하며, 날이 갈수록 실제로도 그리되어 가는 심플한 생활로 들어가는 징후 완연하다. 문제는 그에서 오는 허함이라, 무엇인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아직도 있는 걸 보면, 놓으려면 멀었다 싶기는 하다. 그제부터 시도한 점심시간 보내기가 공장 인근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부속 자료실에 가서 이런저런 책이나 뒤지며(뒤진다 하는 까닭은 시력과 인내 때문이라, 그것이 바닥난 지금은 정독은 실상 불가능하다) 소일하는 일이라 어제 들른 서울공예박물관 자료실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같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역사편찬원에서 근자에 전 3권으로 역주한 조선 숙종 연간 사대부 관료 엄경수嚴慶遂(1672~1718)가 승문원에 들어간 1706년을.. 2023. 6. 1.
300년전 담당 공무원이 증언하는 어살 고기잡이의 고통 병술년 (1706, 숙종 32년 2월 26일) ○ 수부壽夫 외숙부께서 오셨다. 지금 기로소耆老所 어살의 감관監官으로 계신데, 어살이 있는 곳은 인천이다. 어부들의 고기 잡느라 고생하는 실상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바닷가의 조수가 물러나면 바닷물과 물가 언덕의 거리가 수십 리나 되는데 어살은 그 중간에 설치되어 있다. 조수가 밀려와 물과 언덕이 모두 평탄해지면 어살은 까마득히 멀고 드넓은 곳에 잠겨있어 식별할 수 없다. 조수가 물러날 때는 너무나 빨라 순식간에 바로 다 없어지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파도를 따라 오르내리다가 모두 어살 안에 걸려든다. 그러면 곧 감관이 격군을 인솔하여 어살로 들어가 거두이 나오니, 세속에서는 이를 '관수觀水'라고 한다. 하루 중에 두 번 조수가 일어나는데, 조수가 밤이나 새벽에 .. 2023. 5. 31.
"집을 지어라" 건축재상 남구만 (병술년, 1706, 숙종 32년 2월) 25일 주동 남 참판 어르신이 견여를 타고 아버지(엄집) 찾아와 밤을 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셨다. 남 참판 어르신은 영사 남구만의 9촌 아저씨이다. 남구만 재상의 일에 대하여 남 어르신이 말씀하시기를, "남구만 재상은 집 짓는 것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어 도처에 집을 지었네. 결성結城(충청 홍성)은 대대로 살던 곳으로 큰 집이 있는데, 구성駒城(경기 용인)의 묘소 아래에도 큰 집을 지었네. 비파담琵潭潭(경기 용인)에도 집이 있는데 물가에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하여 물가와 거리가 조금 먼 곳에 새로 집을 짓기 시작하였네. 공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수원에도 민가를 사서 종을 두어 지키게 하고, 경성 동쪽 박 사인朴舍人의 골짜기에도 그곳의 수석水石을 좋아하여 초.. 2023. 5. 3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