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옥천에서 처음 먹은 도리뱅뱅.
도리(매운 양념)+뱅뱅(뱅뱅 돌렸다) 뭐 이런 뜻일까?
민물고기인 피라미를 후라팬이 동그랗기 돌려 양념 발라 기름에 튀긴(?) 것 같다.
먹어보니 바삭하고, 고소하고, 매콤하다.
옥천 향토음식이라 한다.
도리뱅뱅과 더불어 옥천 향토음식으로 생선국수도 유명하다. 여기 지역 사람들은 모내기가 끝나면 금강 지류인 보청천으로 천렵을 나갔는데, 그때 민물고기를 잡아 야채와 갖은 양념 등을 넣고 푹 끓여 먹었다고 한다.그 때 쌀 대신 면을 넣어 먹었는데, 이것이 생선국수의 시초라 한다.
생선국수라는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나온 음식을 보니 충남 아산이나 예산 쪽의 ‘어죽’이랑 비슷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탕국수’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 것 같은데, 민물고기에 양념을 넣고 푹 끓이는 것이 베이스라는 점은 비슷 한 것 같다.
어죽이 생선국수랑 다른 점이 있다면, 어죽은 이름처럼 죽이다. 안에 당연히 쌀도 들어 있고, 소면사리도 툭툭 등어 있고, 수제비도 들어 있다.
어죽도 지역마다 조금씩 조리법이 다른데, 내가 먹어본 어죽 중 가장 맛있는 곳은 화성시에 있는 ‘뚝방집’ 이란 곳이다. (여기 막창도 맛있다고 하는데, 갈 때마다 어죽만 먹었다.)
다른 집 처럼 한 그릇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냄비째 나온다. 사진처럼 바글바글 끓여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깻잎이랑 수제비가 많이 들어가 있어 좋다. 또 국물이 자작자작해지면 안에 밥을 넣고 같이 끓여 죽처럼 막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말아 먹는 걸 안좋아 해서 따로 먹는다.
보니깐 서해안 쪽이나 내륙 쪽, 천이나 강, 혹은 저수지를 낀 지역에서 이렇게 민물고기를 끓여 먹는 향토 음식이 발달한 것 같다. 전라도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을까?
아, 부산에 계시는 분한테 ‘갱시기’라고 어죽하고 비슷한 죽이 있다고 들었다. 대신 물고기는 안들어가고, 김치, 소면, 콩나물, 밥 남은거 넣고 팍팍 끓여 먹는 거라고 한다. 무슨 맛일지 상상이 간다.
그러고 보니 생선국수, 어죽, 갱시기에서 왠지 모르지만 노동의 땀맛(?)이 느껴진다. 짜다!
힘들게 일하고 다같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가장 쉽게,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이들 셋 아닐까.
큰 가마솥에 민물고기 잡은 거 넣고, 김치 넣고, 남은 소면 사리 넣고, 남은 밥 넣고, 양념해서 푹 끓여 한 그릇 담으면 한끼 식사 끝!
오늘같이 우중충한 날에는 얼큰한 어죽 한그릇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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