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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화전과 둔전은 일란성쌍둥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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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서 유물을 다룰 때 무게 역시 중대성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를 통해 그렇지 아니할 때 채 고려하지 못하는 다른 면이 나타나는 까닭이다. 
 

 
저 유물 중에서도 난 자꾸만 저 쇠스랑과 보습이 걸린다.

저게 재현품인지 실물인지는 아리까리한데 암튼 저게 농기구다. 

한데 더 이상한 점은 저들이 아차산 일대 고구려 보루에서 출토됐다는 사실이다. 

저 중에서 무게가 특히 중요한 것은 보습이다. 

저 무게 얼마나 될 듯 한가? 촌놈들은 안다. 저게 사람이 맨손으로 들 수는 없다는 사실은. 

저거 아부지가 쟁기에 쟁이고서는 논이나 밭을 갈던 때 쓰던 것이다. 

소나 되어야 끌지 사람이 끌 수는 없다.

아 물론 강호동 같은 일부 건장한 남자는 가능할 수도 있다. 

저게 도대체 왜 산꼭대기에서 나왔을까?

아 물론 일부 고구려 보루에서는 대장간도 나온 것으로 아는데, 그 대장간에서야 농기구랑 무기도 함께 제조했을 것이므로, 그렇게 써먹을 요량으로 그 대장간에서 제조해 놓고서는 모종의 이유로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공장에 남았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아 물론 또 하나 저것이 반드시 농경에만 쓰였다고 보기 힘들다 할 수도 있다. 농경이 아니라 성벽 축조 같은 데 말이다. 

하지만 그럴까? 이미 저런 보습이 저 시대에 농경에 쓰임이 있었다는 사실은 저 인근 몽촌토성 우물에서 쟁기가 잔뜩 쏟아져 나옴으로써 의문의 여지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익히 말했듯이 둔전屯田이다.

둔전은 흔히 병농일치를 말해주는 증좌로 거론하는 것으로써, 간단히 말해 전방 부대 군인들이 전쟁도 하고, 그에 필요한 물자를 스스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방비 때문이다. 군대를 운영하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군수기업이다. 

군인이 농사 지어 군량미를 스스로 마련하고, 그에서 혹 남은 농작물은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둔전이다. 

저 둔전은 변방도시 개척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실이 그런 군인이 흔히 일가족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일가를 데려감으로써 병영촌이 형성되는 것이며, 이렇게 해서 둔전제는 흔히 직업군인제로도 연결한다. 

저기서 왜 무게가 중요한가? 저 보습은 아차산 아래 논밭으로 들고 나를 수 없다.

물론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는데 저 무거운 걸 그때마다 지고 산 아래위를 나른단 말인가?

뫠 무게가 중요한가? 저 보습은 무게를 달아야 한다.!

결론은 하나다.

저건 성벽 축조에 쓴 것도 아니고 산 아래 논밭에서 소가 끌게 해서 쓴 농기구도 아니다. 

그럼에도 농기구다. 어디서 무슨 농사를 지었단 말인가?

바로 그 보루가 있는 산이다.

이 산기슭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 산기슭에서 무슨 농사를 어찌 지었단 말인가?

화전이다. 

성곽 주변으로 수풀을 불을 질렀다. 그렇게 불지른 기슭을 일구어 잡곡을 심었다. 

둔전과 화전은 실은 일란성쌍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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