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대 말년인 사종思宗 숭정崇禎 17년(1644년) 상숙常熟(江蘇省 常熟市)의 장서가 겸 판각상 모진毛晉이 자신의 각방刻坊 급고각汲古閣에서
앞의 ‘서상당본’을 계승한 삼국지 10책册 65권본을 출간했다.
이 판본을 ‘모본毛本’ 또는 ‘급고각본’이라고 부른다.
삼국지 여러 판본 중에서 ‘서상당본’이 선본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는 만큼 이 판본도 ‘서상당본’의 원문을 계승했으나 편집 방식은 거의 새롭게 구성했다.
* 우선 표지를 넘기면 바로 “진수 삼국사三國史 모두 65편 총 65권[晉壽三國史凡六十五篇總六十五卷]”이라는 총 제목이 있고
그 뒤에 각각 행을 나누어 “위지 30권, 촉지 15권, 오지 20권[魏志三十卷, 蜀志一十五卷, 吳志二十卷]”이라고 삼국의 부문별 권수를 밝히고,
다음 행 하단에는 이 판본에 “배송지 주裴松之注”가 들어있음을 명기했다.
총 제목을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사 라고 표기한 것이 이채롭다.
그리고 다음 쪽 첫 행에 명나라 숭정 17년 갑신년甲申年 2월에 금천琴川:(常熟의 별칭)의 모씨毛氏가 판각했음을 밝히고
모진毛晉의 인장까지 새겨놓아 판각 시기와 주체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했다.
* 목록의 삼국 부문별 제목은 위서, 촉서, 오서 라고 표기하여 삼국지 송대 초기 판본 양식을 따랐으나,
각 권 첫머리는 먼저 삼국의 부문별 명칭과 권수를 맨 위에 판각하고[예컨대 ‘魏書一’]
맨 하단에 총 제목으로 삼국지라는 명칭과 총 권수를 밝혔으며(예컨대 ‘三國志一’),
다시 행을 바꿔 해당 권 제목과 순서를 표기했다(예컨대 ‘武帝紀第一’).
또 위서 제1쪽 판심 어미 아래에 ‘급고각 모씨정본汲古閣毛氏正本’이란 글자를 새겨 넣어
이 책의 판각 주체를 다시 한번 명기함과 동시에 이 판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다음 쪽[頁]부터는 매 쪽 판심에 ‘삼국 일(三國一)’에서 ‘삼국 육십오(六十五)’에 이르는 총 제목과 권수를 일일이 표시했다.
* 이런 체제는 기존 판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아마도 급고각 모진이 독자들의 독서 편의를 위해 편집 양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 아닐까 한다.
다만 진수의 삼국지 원문은 1행에 큰 글자로 25자, 배송지 주는 1행에 두 줄로 작은 글자를 모두 74자가 들어가게 하여 기존의 어떤 판본보다 조밀하게 편집했다.
그럼에도 이 ‘급고각본’은 판각이 정교하고 정확하여 역시 선본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 ‘급고각본'은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를 가르는 판본으로
이후 이 판본은 청대淸代의 ‘강남서국본江南書局本’, ‘고오서업古吳書業 조씨趙氏 급고각 복각본’, ‘비씨 양화각 인본費氏養和閣印本’ 등을 거쳐
근대 학자 노필盧弼의 역작力作 삼국지집해三國志集解의 저본이 되었다.
이 판본도 다양한 방각본이 나왔으며, 현재 중국국가도서관, 톈진도서관天津圖書館, 상하이도서관, 난징도서관, 일본 내각문고 등 많은 곳에 소장되어 있다.
***
배송지주 삼국지 완역본을 전역한 김영문 선생 글이라
출판작업이 막바지에 왔다 한다.
정사 삼국지 진인석陳仁錫 본 by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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