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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연이 닿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도 몰랐다.
어쩌다 시칠리아를 밟았고 어쩌다 팔레르모를 찍고 간다.
딱 반나절 발바닥 불나도록 싸돌아다니다 간다.
그러니 다 건성건성 덤성덤성이라 어디 하나 제대로 훑은 데 없다.
이곳 소재 국립 고고학박물관은 느긋이 오후에 관람한다 했다가 구글맵 두들기니 한시반 폐관이라 뜨기에 부리나케 달려가 계우 그냥 훑다 말았다.
겨울철 단축 근무 많다는 걸 알기는 했지마는 로마 기준 그렇지 아니한 데가 많아 너무 믿었다가 낭패봤다.
여긴 서울이 아니라 지방이란 사실을 너무 쉬 간과했다.
박물관은 체력 소진이 많은 데라 이미 그곳을 나설 무렵은 체력 바닥이라
또 예서 카타니아 숙소까지 근 세 시간을 다시 달려가야 하니 서둘러 아침에 내린 버스 종점을 향해 달려갔다.
7시 카타니아를 출발한 버스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을 법한데 열시가 다 되어 팔레르모에 내려놓았으니
지금 시간 오후 세 시 반.
딱 다섯 시간 머물고는 돌아간다.
언제 내가 다시 시칠리를, 혹은 팔레르모를 찾을지는 모르겠다.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진 이제는 출타는 줄여야 하며 그런 출타도 안 가 본 데가 워낙 많아
그런 미답을 하나씩 없애는 방향으로 갈 터이니 아마 다시 올 날이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하다.
모르겠다.
요즘 나이 들어가며 점점 더 조급해져서 그런지는 말이다.
팔레르모 하늘에 각중에 짙은 먹구름이 들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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